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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Story] 두산 베어스 홍건희 DUGOUTV

dugout*** (dugout***)
2020.07.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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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보자, 홍건희

 

‘BEARS'가 새겨진 남색 유니폼이 저렇게 잘 어울릴 수 있나 싶다. 평생 빨간색만 입을 것 같던 KIA 타이거즈의 프랜차이즈 선수가 10년 만에 옷을 갈아입었는데 더 용맹해 보이기까지 하니 역시 잘 맞는 옷은 따로 있나 보다. 화순초-화순중-화순고를 졸업해 2차 1번으로 입단한 홍건희는 야구를 못 해도 잘해도 안고 죽을 팬들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만큼 무한한 사랑을 받았고, KIA 홍건희가 아닌 다른 홍건희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독이었을까. 물이 고이면 썩는다고, 어쩌면 그에게는 안정감보다 변화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는 더 넓은 곳으로 갔다. 친구도 없고 익숙한 단골집 하나 없지만, 자신의 야구를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잠실로 말이다. 스물아홉에 맞이한 터닝 포인트, 그의 30대가 벌써 기대된다.

 

Photographer 황미노 Photo 두산 베어스 Editor 소경화 Location 잠실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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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치

 

반가운 시작은 아니었다. 홍건희와 트레이드된 류지혁은 두산 베어스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럴 만했다. 전통적으로 야수를 잘 키우는 구단인 만큼 유출 전적이 상당했기 때문. 실제로 ‘믿고 쓰는 두산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산 출신 야수들의 활약은 대단했고, 류지혁도 마찬가지였다. 이적 후 5경기에서 맹타와 임팩트 있는 3루 수비로 팬들의 마음을 더욱 들끓게 했다.

 

하지만 얼마 후 여론은 또 한 번 뒤집혔다. 홍건희 역시 이적 후 5경기에서 8.2이닝 2자책 8탈삼진으로 구멍 난 불펜을 완전히 메웠기 때문. 매년 불펜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베어스 팬들에게 이보다 반가운 복덩이는 없었다. 그렇게 그는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인성의 홍건희’가 아닌 ‘독기를 품은 홍건희’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남색 유니폼은 마음에 드나요? (7월 13일 인터뷰)

아무래도 무난한 컬러다 보니까 잘 어울린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서울살이는 어떤가요?

서울 생활은 아직 한 달밖에 안 돼서 실감도 안 나고 적응할 단계라 좀 더 지내봐야 알 것 같아요.

 

이전 팀에 92년생 친구가 많았기에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겠어요.

아무래도 KIA에 오래 있기도 했고 동갑내기가 많아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었는데 두산에 와보니 동갑 친구 한 명이 없더라고요.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동료들이 잘 챙겨주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줘서 적응 잘하고 있어요.

 

갑작스러운 헤어짐에 정신없었을 텐데 작별 인사는 어떻게 했나요?

갑자기 트레이드되는 바람에 정신은 없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게 당시에 KIA가 서울 경기를 치르고 서울 호텔에서 하룻밤 묵는 일정이었거든요. 경기 종료 후 숙소 레스토랑에서 선수들과 인사하고 코치님들께 인사드리고 또 92 친구들이 배웅해줘서 나름 잘 넘어올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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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박준표, 전상현 선수와 얘기하는데 여전히 팀에서 제일 잘생긴 투수로 건희 선수 이름을 제일 먼저 말하더라고요.

앞뒤가 아주 다른데요? 맨날 같이 있을 때는 못생겼다고 놀렸으면서 카메라 앞에서는 또 다르게 말했나 보네요. (웃음)

 

근데 그래놓고 상현 선수가 냅다 51번을 가져가더라고요.

상현이가 원래부터 51번을 달고 싶어 했어요. 1년 전부터 계속 달라고 졸랐는데 제가 번호 바꾸는 게 귀찮기도 하고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달고 있었거든요. 근데 트레이드 후 지혁이가 번호를 바꿀 거라는 소식을 들어서 그럴 거면 51번 상현이 줬으면 좋겠다고 연락했어요.

 

끝까지 후배를 챙겼네요.

상현이는 제가 예뻐하는 후배였어요. 맨날 장난치면서 괴롭히는데도 잘 받아주고 저를 따랐죠.

 

사실 KIA 팬들은 홍건희 코인이 터지는 날만 기다렸잖아요. 너무 애정하는 아픈 손가락이랄까요?

팬분들의 기대는 물론 다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고,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야구가 생각만큼 쉽게 풀리진 않더라고요. 결국 이렇게 떠나게 돼 KIA 팬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는데, 비록 다른 팀이지만 여기서라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요.

 

생각나는 팬들 얼굴도 있겠어요.

아무래도 나죠, 생각이. 자주 오셔서 선물도 챙겨주시고. 여러 기억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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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건희 1호 팬으로 양현종 선수를 빼놓을 수 없어요.

그렇죠. 그동안 룸메이트를 오래 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기에 작별 인사할 때 아쉬웠어요. 근데 형은 떠날 때 거기 가서는 잘해야 한다며 덤덤하게 보내주더라고요. 올해 현종이 형이 살짝 기존의 모습을 벗어나고 있지만, 어차피 누가 뭐라 안 해도 알아서 잘하는 형이기 때문에 분명 다시 잘할 거라 믿어요.

 

중계를 보는데 처음에 두산 선수단 사이에서 어색해하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원래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잖아요.

일단 제 혈액형이 A형이에요. 낯가림이 심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한 팀에 오래 있으면서 적응이 거기에 맞춰져 있어서 엄청 낯선 건 사실이더라고요. 덕분에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지만, 지금은 생각보다 빨리 적응해서 잘 지내고 있어요.

 

진짜 그런가 봐요. 걱정과 달리 이적하자마자 전혀 다른 투수가 됐어요. 이적 후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45 WHIP 1.21을 기록했는데 어떤 부분이 주효한 걸까요?

물론 처음에 어색하고 정신없던 건 사실이에요. 근데 ‘두산에 와서까지도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고 헤매면 기회가 진짜 없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트레이드를 계기로 독기가 생긴 거죠. 위기의식도 많이 느껴서 악착같이 하게 됐어요. 또 운도 좋았던 것 같아요. KIA에 있을 때는 경기를 많이 나가거나 중요한 상황에 나갈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여기서는 저를 믿고 써주시니까 거기에 걸맞게 성적도 따라오고. 여러 면에서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났어요.

 

홈구장이 넓은 것도 좋은 작용을 했겠지만 다른 구장에서도 계속 잘하는 모습이더라고요.

잠실에서 유독 성적이 좋다는 걸 원래 모르고 있었어요. 근데 알고 나니까 더 편해지며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사실 KIA에 있을 때부터 개인적으로 올해 구위가 많이 좋아졌다고 느꼈는데, 여기 와서도 똑같이 좋은 모습을 유지하려고 하니까 그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다소 잊고 싶은 별명일 순 있겠지만 ‘홈런희’의 모습을 완전히 지웠어요.

(웃음) 근데 아직은 제가 많은 경기에 나간 게 아니고, 와서 특별히 무언가를 안 했기 때문에 판단하기 이르고요. 이런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야 한 단계 치고 나갔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김태형 감독이 필승조 셋업맨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는데 그에 따라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요?

아직 어떤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감독님과 코치님께서는 제가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다 보니 빠른 볼로 대결하며 힘으로 압도하는 투구를 원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모습 그대로 제 공을 던지는 데 주력을 다 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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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트레이드 후 두산과 KIA의 첫 맞대결이 열린 7월 17일, 경기 전 홈팀 복도가 아닌 원정팀 복도에서 그를 또 한 번 만날 수 있었다. 남색 연습복을 입고 상기된 표정으로 걸어 나온 그에게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냐고 묻자 “KIA 팬들한테요, 두산 팬들한테요?”라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아직은 완벽한 이별이 아닌가 보다.

 

지난 시즌부터 팀을 떠난 선수나 감독에게 작은 송별 행사를 열어주고 있는 KIA 구단은 이날 두산의 양해를 얻어 홍건희의 환송식을 마련했다. 당사자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꽤 멋쩍은 모양이다. 하이파이브하는 시간이 있냐며, 하고 싶지 않은 티를 넌지시 내비쳤다. 이유는 ‘어색해서’였다. 이젠 옛 동료가 돼버린 가장 친한 동료들을 공식적으로 마주 보는 게 힘들 만도 했다.

 

다행히 행사 때는 하이파이브 식순이 무사히 진행됐다. 오랜 친구에게 꽃다발을 주러 나온 박준표가 주동자가 돼 홍건희의 등을 떠밀었고, 그는 못 이기는 척 옛 동료들에게 향했다.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웃음이 나오는 송별회였다.

 

그리고 그는 이튿날 친정팀을 상대로 첫 홀드를 거뒀다.

 

이번 주말 KIA전을 앞두고 있는데 감회가 어떤가요?

아직은 가봐야 알 것 같아요. 지금은 제 마음을 저도 잘 모르겠지만, 설레기도 하고 더 열심히 던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제 3루 라커룸이 아니라 1루 라커룸으로 가야 해요. 헷갈리면 안 돼요.

원정 라커룸도 한 번씩 들어가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길은 안 잃어버리고 잘 찾아갈 수 있어요. (웃음)

 

광주 가서 처리할 일이나 약속도 많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연고지가 거기다 보니까 지인도 많고 친구나 동료도 많은데, 광주 오면 다 보자고 말은 해요. 근데 이번 3연전 때 일요일을 빼면 이틀 정도밖에 시간이 없어서 가족과 KIA 동료들을 보는 위주로 할 계획이에요.

 

KIA에서 제일 상대하기 어려울 것 같은 타자는?

이전에도 청백전이나 라이브 피칭을 해봤잖아요. 그래서 지금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선수들을 봤을 때는 (최)형우 형과 프레스턴 터커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빠른 볼을 주로 던지는데 그 둘은 빠른 볼에 잘 밀리지 않는 유형이라 제일 까다롭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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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상대하기 편할 것 같은 타자는?

솔직히 쉬운 타자는 없고요. 한 타자, 한 타자 집중하다 보면 결과는 따라오는 거기 때문에 제 공에 맡겨야죠. 저는 원래 스타일이 상대 타자를 보는 것보다 제 공을 던지자는 마음이 강한 투수라 이번에도 제 공 열심히 던지다 오겠습니다.

 

두산은 늘 우승 싸움을 하는 팀이고 특히 올해 윈 나우를 위해 트레이드라는 강수를 둔 거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부담도 클 것 같아요.

부담보다는 좋은 위치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동료들도 계속 잘했다고 해주니까 그런 데서 얻는 자신감이 크고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시즌 전 구단 유튜브에서 포춘쿠키 뽑았던 거 기억해요? 당시 내용이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최고의 한 해를 기대할 만합니다’였는데 그게 두 번째 우승 반지를 의미하는 거 아닐까요?

기억하죠. 솔직히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전 팀에서 우승 반지를 하나 가졌잖아요. 근데 우승 반지를 갖는 게 물론 영광이고 좋은 일이지만, 제가 주축 선수가 아닌 상태에서 우승한 거고 시합도 못 나갔기 때문에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자리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여기서는 기회만 된다면 우승에 일조하는 주축 선수가 돼 반지 하나 갖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러기 위해서는 박병호라는 숙제를 푸는 게 급선무일 텐데 대비책은 있나요?

저도 물론 박병호 선배한테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세부적으로 기록을 보고 나니 처참하더라고요. 그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어요. 이후 두산 코치진과 대화를 했는데 “성적이 안 좋다고 피할 거냐. 네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겨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지금까지 맞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맞으란 법은 없으니까 이겨내도록 노력해야죠. 피할 순 없잖아요, 야구하면서.

 

스물아홉 홍건희가 서른 전에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면?

우승이 최우선이긴 한데 사실 제가 야구를 10년 가까이 하면서 억대 연봉을 한 번도 못 찍어봤어요. 근래 몇 년간 성적이 안 좋다 보니 삭감만 됐는데 작은 바람이 하나 있다면 잘해서 잘하는 만큼 억대 연봉으로 보상받고 싶어요. (솔직한 소원이네요.) 선수라면 다 똑같은 마음이잖아요. (웃음)

 

저는 건희 선수의 완전히 다른 30대가 기대돼요.

저도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10년 가까이 뛴 정든 타이거즈, 홍건희에게 KIA 타이거즈란?

집이죠.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아무것도 모를 때 입단해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많은 성장을 했잖아요. 이번에 떠날 때 제대로 느꼈어요. 라커룸을 정리하고 나오는데 집 떠나는 기분이랑 똑같더라고요. 저한테는 KIA 타이거즈는 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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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홍건희에게 두산 베어스란?

두산 베어스는 새로운 집? 새집에 이사 가면 기분도 리프레시되고 설레는 게 있잖아요. 그게 딱 맞는 것 같아요. 이제 새집에 왔으니 잘살아 봐야죠.

 

마지막으로 팬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나름 두산에서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도 지금처럼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고요. 그동안 팬분들의 응원에 비해 성적이 많이 못 나왔는데 여러분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게 잘해보겠습니다. 항상 많은 사랑 감사드리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홍건희는 지난겨울 FA 계약을 막 체결한 화순고 선배 김선빈을 보며 오래 보자고 말했다. 함께 KIA에서 오래 야구하는 뜻이었다. 그때는 아무도 오늘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여전히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오래 보는 길. 어쩌면 각자의 자리에서 야구를 오래 하는 것보다 정답은 없다. 우리는 오래 보고 싶다, 그가 어디에 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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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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