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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새기기까지
뜨거운 여름 운동장 위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고교 선수들의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일까? 프로 지명, 아니면 또 다른 답변도 있겠지만, 대다수가 전국대회 우승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그러나 우승을 향한 여정은 절대로 순탄치 않다. 유력 우승 후보가 토너먼트 1회전에서 탈락하는가 하면, 고지를 눈앞에 두고 마지막 방점을 찍지 못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번 여름도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본인의 맹활약으로 팀을 4강까지 올려놓고 결승 문턱에서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던 선수가 있었으니, 장충고의 이진하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의 야구는 아직 한창이다. 우승이라는 목표에 다시 도전하고 나아가 먼 훗날 본인의 이름을 새기기 위해, 이진하는 오늘도 힘차게 공을 던진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Jinseok Kim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이진하
출생 2004년 6월 2일 신체조건 190cm 95kg 출신교 백송초- 영남중-장충고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우타 2022년 성적 11경기 25.2이닝 평균자책점 0.69 4승 1패 37탈삼진 6사사구 23피안타
#장충고 핵심 누구?
만나서 반가워요. 자기소개 먼저 부탁해요. (7월 29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장충고등학교 투수 이진하입니다.
장충고 선수와는 오랜만에 만나요. <더그아웃 매거진> 출연 소감은 어떤가요?
학교에 <더그아웃 매거진> 잡지가 몇 권 있어요. 박주홍 선배님(현 키움 히어로즈)을 비롯해 여러 장충고 선배들이 나왔던 걸 봤죠. 인터뷰한 선배들이 멋있다고 느꼈는데 이제 제가 직접 나오게 돼서 엄청 신기해요.
얼마 전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종료됐어요. 대회 종료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청룡기는 끝났지만, 대통령배를 바로 앞두고 있어요. 그래서 쉴 틈 없이 열심히 운동하고 있어요.
대회가 끝났으니 잠시 쉬고 싶은 마음도 클 텐데요.
힘든 것도 있어요. 하지만 대통령배 대회도 눈앞에 다가왔고, 이번 2022시즌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팀원들과 함께 다 같이 열심히 하자는 마인드로 훈련에 임하고 있어요.
지난 봄에 부상으로 이탈했어요. 두 달 공백기를 가진 후 주말리그 후반기 시작과 함께 복귀했죠. 3학년이기도 하고 복귀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남달랐겠어요.
일단 경기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에 감독님과 코치님께 죄송한 마음이 컸어요. 팀원들에게도 보탬이 될 수 없어서 미안한 마음이었죠. 더는 안 아프게 확실히 회복하자는 생각을 하며 그라운드에 돌아오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어요.
이후 청룡기에서 4강까지 올랐어요. 좋은 성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남았을 텐데요.
당연히 우승이 가장 큰 목표였죠. 하지만 결국 충암고에 져서 중간에 떨어졌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다음 대회는 꼭 우승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그래도 청룡기를 치르며 느낀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대회 초반에는 몸의 밸런스가 괜찮았어요. 하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좋은 흐름을 유지하지 못하고 흐트러진 게 아쉬움이 많았죠. 그래도 부정적인 상황에서 풀어나갈 방법에 대해 경험하고 생각할 수 있던 대회였어요.
한편 평균자책점 0.00으로 대회를 마쳤어요. 의미 있는 개인기록인데 본인의 성적에 어느 정도 만족했나요?
솔직히 저는 만족 못 하고 있어요. (정말요?) 수치상으로는 0.00을 기록했지만, 투구 내용을 봤을 때 마냥 긍정적이진 않아요. 특히 주자를 쌓아놓고 막게 된 장면들이 아주 아쉽죠. 그래서 기분이 엄청 좋은 건 아니에요.
경기상고와의 경기에서 2.1이닝 아웃 카운트 7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으며 게임을 끝냈어요. 당시 상황을 복기해볼까요?
점수 차가 여유 있었지만, 상대의 공격이 계속되고 얼마든지 실점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투수 교체를 단행하셔서 제가 마운드에 올라갔어요. 등판하면서 일단 이번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끝까지 책임져야겠다고 다짐했죠. 덕분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어요.
삼진과 야수의 도움 중 어떤 방법으로 아웃 카운트를 올리는 걸 선호하나요?
삼진이요. 하지만 아웃을 잡는 게 중요하지 방법에 대해 의식하지 않으려는 편이에요. (루킹 삼진과 헛스윙 삼진 중에도 고른다면요?) 꼭 골라야 한다면 루킹 삼진이요. 하지만 어떻게 됐든 삼진이면 모두 좋습니다.
마운드에 오를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등판하나요?
‘올라온 이상 내가 끝까지 책임진다’ 하고 생각하며 공을 던지죠.
올해 현재까지 본인의 점수를 매기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요?
50점이요. (점수가 너무 낮은 것 같은데요?) 일단 부상으로 경기를 많이 나오지 못한 점이 커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승을 못 했으니까 낮을 수밖에 없어요. 남은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점수가 오를 것 같아요.
굉장히 간절해 보이는데, 목표에 대한 다짐을 한마디 남겨본다면요?
안 다치고 친구들과 다시 뭉쳐서 장충고만의 야구를 보여주겠습니다. 꼭 우승하겠습니다.
장충고의 야구란 어떤 야구일까요?
타자들이 점수를 쉽게 가져오는 편이에요. 번트 능력도 좋고 주루 플레이에도 능해요. 수비에서도 야수들의 실수가 적기 때문에 공‧수‧주 모두 완벽한 야구죠. 투수들도 등판할 때 1점만 타자들이 도와준다면 0점으로 막겠다고 다짐하며 경기에 임해요. 이런 모습이 장충고의 야구라고 생각해요.
#만족은 없다
야구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원래는 수영과 축구를 했어요. 친구들이랑 수영장에 갔다가 재밌어서 시작했는데, 한땐 수영 선수를 꿈꾸기도 했어요. 그러다 수영부가 해체해서 어쩔 수 없이 축구만 하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갑자기 야구를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따라가 봤는데 그 길로 야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야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어떤 말씀을 해주셨나요?
어머니는 관대한 마음으로 받아주셨고, 아버지는 운동 말고 공부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셨어요.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처음에는 두 분 모두 반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공부를 잘했던 편인가요?) 학원을 많이 다녀서 어느 정도 자신은 있었지만, 운동이 더 좋아서 이쪽으로 마음을 잡았어요.
처음부터 투수로 시작했나요?
원래 포지션은 외야수였어요. 투수랑 외야수를 병행하고 있었죠. 사실 타격에 더 흥미가 있어서 타자를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투수로서의 재능이 더 커 보인다는 조언을 해주셨죠. 그 조언을 듣고 투수로 방향을 틀었어요. 그때가 중학교 1학년 10월쯤이었던 거로 기억해요.
중학교 때는 어떤 선수였나요?
구속은 빠르지만 제구에 기복이 있었어요. (어떤 노력으로 제구를 잡았나요?) 제가 중학교 때 정말 좋은 감독님과 코치님을 만났어요. 저를 항상 믿어주시고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도 조언을 많이 해주셨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많이 등판시켜주셨는데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성장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종종 중학교에 가서 운동도 하고 연락도 드리고 있어요.
그러다 중학교 3학년 때 큰 수술을 받기도 했더라고요.
시즌 중에 통증이 있었어요. 비시즌에도 레슨장에서 운동하고 있었는데, 레슨 받으면서도 팔 상태가 안 좋은 게 느껴졌어요. 살짝 팔꿈치가 부은 것 같아서 열심히 관리받다가 병원에 방문했는데 인대가 모두 끊어져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수술할 수밖에 없었죠. 토미 존 수술을 받고 1년 정도 쉬게 됐어요. 감독님께서 재활 기간을 길게 잡고 많은 배려를 해주셨어요.
인터뷰일 기준 올해 18.1 이닝 동안 사사구는 4개만을 기록했어요. 변화구 제구에 강점이 많다는 평가가 많은데 비결이 있을까요?
솔직히 스스로는 제구가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사구 4개도 어려운 상황에서 준 것도 아니고 제 실수로 나온 거예요. 아직 다듬을 부분이 많아요.
자신에게 엄격해 보이네요. 그렇다면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을 뽑아볼까요?
투심 패스트볼이랑 스플리터. 이렇게 2가지요. (다른 선수와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특별할까요?) 투심 패스트볼은 직구와 구속 차이가 별로 없어요. 스플리터는 구종에 비해 빠른 편이고요. 또 직구와 같은 궤적으로 가다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떨어지다 보니 타자들이 많이 속는 것 같아요.
투구 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포수의 미트를 보고 무조건 거기에 던지려고 해요. 연습 때와 다르게 오히려 시합할 때는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에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어떨까요?) 학교에서 피칭 연습할 때 주자가 있을 때의 자세인 세트 포지션의 비율이 높아요. 연습을 충분히 한 덕분에 적응돼서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은 없어요.
둘 중 하나만 고를 수 있다면? 구속 5km/h 증가 vs 제구 5cm 세밀해지기
원래는 구속이었지만 이제는 제구 5cm요. 150km/h를 원하는 곳에 던지지 못하면 그냥 구속만 빠른 거지, 타자를 잡을 수 있는 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태극마크를 달고
최근 WBSC U-18 야구 월드컵 명단에 발탁됐어요.
솔직히 발탁될 줄 몰랐어요. 부족한 부분도 많고, 부상 때문에 아직 보여준 게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뽑히니까 얼떨떨하기도 하고 정말 기분 좋았죠. (부모님도 엄청나게 기뻐했을 것 같아요.) 이제 원하는 거 하나 이뤘으니까, 남은 시즌 더 열심히 준비해서 다가올 신인드래프트에서 상위 라운드를 노려보자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같은 팀인 3학년 외야수 정준영, 2학년 투수 황준서 선수도 같이 뽑혔어요.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명단 발표 후 서로 어떤 얘기를 나눴나요?
준영이는 엄청나게 좋아했어요. 준서는 뽑힐 거로 예상 못 해서 당황하더라고요. 국가대표로서 잘 준비하고, 남은 고교야구 대회에서도 우승을 이루고 시즌을 끝내자는 얘기를 나눴어요.
그동안 상대로 만났던 선수들과 한 팀으로 만나게 돼요. 누구와 룸메이트를 하고 싶나요?
모두 잘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콕 집어서 얘기하기 어려워요. 그래도 이왕이면 투수와 같은 방을 쓰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아직 대진표 발표 전이지만, 가장 기대되는 매치업이 있다면요?
당연히 일본이죠. 만나면 무조건 이길 생각으로 준비할 거예요.
대표팀 소집 전에 특별히 준비할 점이 있을까요?
우선 제구를 더욱 확실히 잡으려고 해요. 또 이번 대회부터 규정이 바뀌어 7이닝 경기를 진행하더라고요. 그만큼 수비 하나에 분위기가 바뀔 것 같아서 그 부분도 유의하고 있어요.
국가대표로서 각오 한 마디 부탁해요.
태극마크를 달고 나가는 대회이기 때문에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야구’하면 떠올릴 수 있게끔
롤 모델은 누구인가요?
김광현 선배님을 좋아해요. 제가 야구를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봤던 선수거든요. (다이나믹한 투구폼에 반해서인가요?) 그보단 한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요.
10개 구단 중 SSG 랜더스를 가장 좋아한다는 인터뷰가 있었어요.
그렇긴 하지만 어느 팀이든 뽑아주신다면 정말 감사한 마음이죠. 어디든 가면 정말 열심히 할 거예요.
어떤 계기로 SSG를 좋아하게 됐나요?
SK 와이번스(현 SSG)가 우승하던 시즌이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또 제가 야구를 시작하던 당시 고종욱 선수(현 KIA 타이거즈)도 정말 좋아했거든요. 이후 고종욱 선수가 SK에 합류하기도 했고요. (고종욱 선수의 어떤 점에 팬이 됐나요?) 발이 정말 빠르고 1번 타자답게 플레이하는 게 멋있었어요. (외야수 시절의 본인과 비슷한 유형이었나요?) 음… 저는 엄청 빠른 편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키가 커서 또래 친구들보다는 빠른 축에 속했던 것 같아요. 타순은 원래 1번이었다가 3번, 5번으로 내려갔어요. 어릴 땐 보통 제일 잘 치는 친구가 1번으로 나섰거든요.
프로에 진출한다면 어떤 보직을 맡고 싶나요?
어떤 보직이든 상관없지만, 해보고 싶은 자리를 고르라면 선발이에요. 중간 투수여도 괜찮고요.
받고 싶은 등번호는 없나요?
번호를 매년 바꿔왔기 때문에 사실 욕심은 크게 없어요. 골라야 한다면 작년에 20번을 달고 성적이 좋았거든요. 20번을 선택할게요.
현재 등번호인 11번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아무래도 장충고 출신인 송명기 선배님(NC 다이노스)을 보고 골랐어요. 지금 소속팀에서 11번을 달고 계시거든요.
투수의 매력을 1가지만 꼽아볼까요?
투수는 스스로 경기를 시작해서 스스로 끝낼 수 있잖아요. 흔히 투수가 잘해야 이길 수 있다고 하고요. 이런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2023 KBO리그 신인드래프트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자기 PR 타임을 가져볼까요?
열심히 해서 그 팀에 꼭 보탬이 되고, 어느 보직을 맡아도 허튼 공 하나 없이 열심히 던지겠습니다. (야구 말고 성격도 어필해볼까요?) 항상 웃는 성격이기 때문에 야구를 오래 한다면 어린 후배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올 수 있는 선배가 될 거로 생각해요.
본인을 믿어주는 장충고 감독님과 코치님께도 한마디 부탁해요.
감독님은 본인보다 선수를 먼저 생각하고, 항상 저희를 믿어주세요. 게임에서 져도 내 탓이라고 말해주시죠. 코치님들도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잘 맞춰 주시고 열정이 엄청나세요. 항상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더그아웃 매거진> 공식 질문이에요. 이진하에게 야구란?
제 이름 ‘이진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이진하’ 하면 야구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 해야죠. 또 훗날 더 큰 선수가 됐을 때는 ‘야구’ 하면 제 이름 이진하가 나오게 할 거예요.
본인을 주목하는 팬들에게 인사하고 인터뷰 마무리할게요.
안 다치고 열심히 운동해서 프로에서 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꼭 팀에 보탬이 되고 팬서비스도 잘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팬서비스에는 자신 있나요?) 요즘 사인도 연습하고 있습니다. (웃음) 감사합니다.
***
야구가 내 인생의 전부라고 말하는 선수는 많다. 그러나 ‘야구’ 하면 곧바로 생각나는 이름은 수많은 선수 중 극히 일부다. 그러나 이진하는 야구라는 단어에 본인을 떠올릴 수 있게끔 하겠다는 담대한 다짐을 내걸었다.
아직 고교 선수고, 갈 길이 한참 남았지만, 어린 이진하의 자세는 큰 꿈을 담을 그릇이 되기 충분해 보였다. 전국대회 맹활약 이후 본인을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더욱 강해졌음에도, 또 박수받을 만한 개인 성적을 거뒀음에도 남들이 장점으로 평가하는 부분까지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해서 본인을 객관화하고 채찍질하는 그의 이름이 훗날 ‘야구’란 단어에 새겨질 수 있을까. 이진하의 성장이 본인의 다짐까지 닿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 더그아웃 매거진 137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7호 (9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