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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꽁꽁 에워싸는 요즘, 야구팬이라면 매년 이맘때쯤 마음 한쪽이 공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1년 12달 중 약 7개월 동안 팬들을 울고 웃게 하던 KBO리그가 마무리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분명 내년이면 어김없이 새 시즌이 시작될 터니 곧 다시 만날 거라고 위로해보지만, 그리움이 자라나는 건 막지 못한다. 만약 ‘이거 완전 내 얘긴데?’란 생각이 든다면, 11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의 비시즌 동안 한국 야구 유망주들의 활약상을 볼 수 있는 질롱 코리아를 주목해보자. (11월 7일 작성)
에디터 박소정 사진 나인비, 롯데 자이언츠, 질롱 코리아
#질롱 코리아란?
질롱은 2018년 10월에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을 연고지로 해 탄생했으며 ABL(Australian Baseball League, 호주 프로야구 리그)에 소속된 팀이다. ABL에 속해있지만 ‘코리아’란 구단명처럼 구단주부터 코치진, 선수 대부분이 한국인으로 구성된 팀이다. 국내 스포츠마케팅 기업인 해피라이징이 마케팅을 담당하고, 윈터볼코리아가 구단주로서 팀 운영을 맡고 있다. 홈구장으론 질롱 베이스볼 센터를 사용하며 팀 창단 해인 2018-19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2020-21, 2021-22시즌엔 리그에 참가하지 않아, 올해 3년 만에 ABL에 복귀하게 됐다.
KBO 레전드 40인 중 하나이자 선수 시절 호주 리그에서 뛴 경력이 있는 투수 출신 구대성이 초대 감독이다. 그의 뒤를 이은 2대 감독은 오스트레일리아 스포츠 명예의 전당 헌액자이자 빅토리아주 질롱 출신 야구인인 그램 존 로이드다. 이번 시즌 팀을 지휘할 3대 감독으로는 마찬가지로 KBO 레전드 출신인 ‘적토마’ 이병규가 선정됐다. 친정팀인 LG 트윈스에서 타격코치를 맡은 바 있는 그는 풍부한 선수 경력과 코칭 경험을 갖춘 감독으로서 팀을 이끌 예정이다. 레전드 출신 감독인 그가 질롱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또한, 2023시즌 삼성 라이온즈 수석코치 부임설 등 향후 거취에 대한 소문이 무성해 그의 팀 운영 능력도 평가받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팀이 창단된 해인 2018년 9월에 창단 멤버 구성을 위해 트라이아웃이 열렸다. KBO리그에서 방출된 선수,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진 못했으나 야구에 대한 의지가 있는 선수, 독립 야구단 소속 선수 등이 참가했고 초대 멤버로 25명이 선정됐다. 하지만 여러 사유로 리그 중간에 팀을 이탈하거나 합류하는 선수가 있어 선수단 구성은 리그 도중이라도 유동적으로 변하는 편이다. 첫 시즌 이후로는 엔트리에 KBO리그의 현역 선수 다수가 포함되고 있는데, 주로 유망주들의 기량 증가를 위해 구단 차원에서 선뜻 나서 질롱으로 유학을 보내는 양상이다.
질롱이 운영되는 것은 KBO리그 내에서 진행되는 교육리그의 대안이 될 수 있단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매년 시즌 종료 직후 각 구단은 마무리 캠프 직전에 신인급 유망주들을 선발해 교육리그에 참가시킨다. 하지만 교육리그의 규모가 작아 충분히 많은 선수를 수용하지 못하고, 소수의 한정된 경기만을 치러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구단들은 질롱에 선수들을 파견시킴으로써 단점을 보완하는 부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국내 선수들만으로 열리는 KBO 교육리그와 비교해봤을 때, 호주는 물론이고 미국, 일본, 대만 등 여러 국적의 현역 프로야구 선수들을 상대할 수 있단 점이 고무적이다. 해외 리그에서 뛴 선수들을 가까이 접해보고 그들과 경쟁하는 경험은 쉽게 얻을 수 없는 큰 성장 기회다. 이에 국내 많은 구단이 팀 내 유망주들을 선발해 질롱에 합류하도록 돕고 있다. ABL을 경험한 선수들이 국내 무대에 복귀해 향상된 기량을 보여준 사례가 다수 있기에 팬들 또한 질롱으로의 파견을 반기는 편이다.
#ABL
이번엔 질롱이 속해있는 ABL에 대해 더 알아보자. 지금의 호주 프로야구 리그인 ABL은 전 세계적인 야구 흥행을 도모하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운영비 지원을 받아 2009년에 창설됐고, 호주야구연맹으로부터 관리를 받는다. 이전에도 호주엔 같은 명칭의 세미 프로리그가 있었으나, 흥행 부진으로 한동안 운영되지 않다가 2010년부터 현재의 리그가 시작됐다. 호주의 7개 팀과 뉴질랜드의 1개 팀으로 총 8개 팀이 리그에 속해있다. 11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겨울 동안 열리기에 일반적으로 ‘윈터리그’라 불린다. 지난 2021-22시즌은 코로나19로 인해 리그 자체가 열리지 않았고 올 시즌 개막일은 11월 11일이다.
정규시즌은 사우스웨스트 디비전(멜버른 에이시스, 애들레이드 자이언츠, 질롱 코리아, 퍼스 히트)과 노스이스트 디비전(브리즈번 밴디츠, 시드니 블루삭스, 오클랜드 투아타라, 캔버라 캐벌리)으로 구역을 나눠 각각 SWL, NSL이라는 양대 리그로 운영된다. 각 팀은 10주간의 정규시즌 동안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40경기(같은 디비전 내 팀 간 8경기씩 24경기+다른 디비전 팀 간 4경기씩 16경기)를 치른다.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4연전,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이동일 및 휴식일로 진행되는 일정이다.
포스트시즌은 5개 팀이 진출하고 와일드카드전·세미파이널·챔피언십 시리즈로 진행된다. 각 디비전의 2위 팀 중 성적이 낮은 팀이 각 디비전의 3위 팀 중 성적이 높은 팀과 와일드카드전을 단판제로 치른다. 세미파이널 시리즈는 디비전 1위와 2위, 디비전 1위와 와일드카드전 승리 팀이 겨루며 3판 2선승제다. 챔피언십 시리즈는 세미파이널에서 올라온 두 팀이 3판 2선승제로 치러 우승팀을 가린다.
ABL에 뛰는 선수들의 전체적인 기량은 크게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리그 운영 초기에 비해 매년 수준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인다. 초대 감독을 지낸 구대성은 질롱 창단 인터뷰에서 ABL 소속 선수들이 KBO리그의 1.5군급과 비교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KBO리그뿐만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 및 마이너리그, NPB(일본프로야구)에서 온 현역 선수들과 매년 경쟁하다 보니 호주 현지 선수들의 실력도 향상되는 것이다. 더불어 파견된 선수들도 ABL 소속 각 팀의 전력을 강화하는 만큼 상대 팀들을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다.
#2022-23시즌
지난 11월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로 출국한 이번 시즌 선수단은 현지 홈구장에서 실전 훈련을 거치고 11일에 시즌 첫 경기를 치른다. 올해 이병규 사단엔 손정욱 투수 코치, 윤진호 야수 코치, 윤수강 배터리 코치가 합류했다. 질롱의 모든 경기는 스포츠 전문 채널인 MBC스포츠플러스를 통해 생중계로 볼 수 있으며, LG유플러스, 다음 스포츠,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GKTV)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선수단 구성은 SSG 랜더스 2명(포수 조형우, 외야수 하재훈), 키움 히어로즈 6명(투수 오윤성, 장재영, 포수 김시앙, 내야수 신준우, 외야수 박주홍, 박찬혁), LG 트윈스 3명(포수 김기연, 내야수 김주성, 송찬의), KIA 타이거즈 3명(투수 최지민, 내야수 김규성, 외야수 김석환), NC 다이노스 4명(투수 김태현, 하준수, 내야수 서호철, 외야수 오장한), 롯데 자이언츠 2명(내야수 김민석, 김서진), 한화 이글스 8명(투수 김재영, 이승관, 정이황, 포수 박상언, 내야수 박정현, 외야수 유상빈, 이원석, 장진혁), 무소속 투수 김승현, 이수민(이상 전 삼성), 한선태(전 LG), 독립야구단 성남 맥파이스 투수 정윤환, 경희대학교 투수 백동운으로 총 33명이다.
#질롱 유학파 선수들
질롱 소속으로 뛰고 국내 무대로 돌아와 이전보다 향상된 기량을 보여준 이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는 쌍둥이 군단의 주전 외야수로 자리 잡은 홍창기다. 2019-20시즌 참가자인 그는 155타석 41안타 3홈런 21타점 27볼넷 타율 0.333 OPS(On-base Plus Slugging, 출루율+장타율) 0.961을 기록하며 질롱 내 타격 관련 지표 대부분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에 한국에서의 새 시즌에 대한 LG 팬들의 기대감이 한껏 치솟았고, 그도 이에 부응해 2020시즌 KBO리그에서 리드오프로서 놀라운 선구안을 보여주며 주전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당시 트윈스 대표 히트상품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고, 뒤이어 2021시즌에도 타격과 수비에서 대활약하며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올 시즌 ‘잠실 빅보이’로 불리며 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 LG 외야수 이재원도 질롱 유학파 출신이다. 같은 시즌 팀메이트였던 홍창기만큼 높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11월 30일 열린 브리즈번과의 경기에서 6회와 8회에 연타석 홈런을 치며 거포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홈런 외에도 중요한 순간 적시타를 쳐내는 등 뛰어난 타격툴을 갖춘 선수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질롱 유학 직후인 20시즌엔 KBO리그 출전 횟수가 많진 않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다. 현재는 해가 갈수록 1군 출전 기회를 늘려가고 있으며, 장차 팀을 대표하는 우타거포로 성장하리란 기대를 받는 중이다.
홍창기, 이재원과 같은 시즌 질롱에 합류한 LG 백승현은 꽤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가졌다. 원래 야수 포지션이었던 그는 질롱의 투수 부족으로 인해 1월 26일 애들레이드와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마운드에 등판하게 됐는데, 140km/h 후반대의 평균 구속과 최고구속 153km/h를 기록하며 팬들은 물론이고 중계진마저 깜짝 놀라게 했다. 상대 타자들을 깔끔하게 막아냈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무대 복귀 후 투수로 성공적으로 전향했다. 그의 질롱 참가는 신의 한 수였다는 평을 받는다.
SSG의 노경은도 2019-20시즌 질롱의 1선발로 활약한 바 있다. 2018년 시즌 종료 후 롯데와의 FA(자유계약선수) 재계약에 실패하고 1년간 공백기를 갖던 그는 2020시즌을 앞두고 원소속팀에 복귀하게 됐다. 그리고 무뎌진 실전 감각을 찾기 위해 질롱에 합류했다. 선발투수로 5번 출전하면서 2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포함해 2승 2패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고, 신무기 너클볼을 연마했다. 그리고 국내 무대로 복귀해 귀중한 베테랑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이후 올 시즌엔 SSG 랜더스로 팀을 옮겨 팀의 와이어 투 와이어(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1위) 및 통합 우승에 일조했다.
롯데 고승민도 백승현과 마찬가지로 질롱에서의 경험을 통해 포지션을 변경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전까지 내야수로 활약하던 그는 ABL에서 외야수로 출전하며 외야 수비 감각을 익혔다. 비록 타격에서는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으나 실전에서 여러 차례 외야수 경험을 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이후 KBO리그에서 꾸준히 외야수로 출전하며 성장해 올 시즌 74안타 5홈런 30타점 타율 0.316 OPS 0.834, wRC+(Weighted Runs Created, 조정 득점 창출력) 130.9,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1.92를 기록했다.
올해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2점 홈런, 플레이오프 3차전 대타 역전 2점 홈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도 2점 홈런을 치며 강한 인상을 남긴 키움 히어로즈 임지열도 질롱 유학파다. 워낙 훌륭한 기량 향상을 보여준 2019-20시즌의 질롱인들이 많은 터라 그 또한 앞으로 좋은 거포로 성장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올해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콜업돼 활약한 피츠버그 파이리츠 배지환도 2019-20시즌에 질롱과 함께했다. 5라운드까지만 참가했으나 19경기 2홈런 7타점 타율 0.297 출루율 0.416으로 좋은 성적을 남겼다. 해외 프로야구 선수들이 일부 포함된 ABL에서의 경험이 한국 야구 유망주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는 게 분명하다. 이번 시즌 참가자들도 귀중한 경험을 통해 장차 한국 야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자원으로 성장하길 기원한다.
▲ 더그아웃 매거진 140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40호 (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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