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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능
2022 KBO 미디어데이에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복을 입고 등장한 KT 위즈 소형준. 그동안 프로 무대에서 보여준 그의 마법 같은 활약을 떠올리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복장이었다. 데뷔 해부터 무서운 기세로 2000년대생 최초의 신인왕이 됐고, 팀의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팀의 통합우승에 일조한 2년 차를 지나 22시즌 171.1이닝 13승 평균자책점 3.05 117탈삼진을 기록한 그. 올해도 어김없는 활약으로 팀의 상위권 싸움에 힘을 보탰다. ‘대형준’에서 ‘특대형준’으로, 메가, 기가를 지나 ‘테라형준’이라고도 불리며 마법처럼 무한한 성장을 거듭 중인 소형준. 그의 성장은 결코 우연이나 운이 아니다. 본인에게 내재한 진짜 재능에서 비롯된 결과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Sojeong Park Location Suwon KT wiz Park
2년 만에 다시 만났네요! 22시즌 종료 후 휴가는 잘 보내고 있나요? (11월 18일 인터뷰)
그럼요. 맛있는 거도 먹으러 다니고 집에서 실컷 자기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제가 야구선수란 걸 잊을 정도로요. (웃음) 야구 얘기도 오랜만에 하는 거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즐겁게 인터뷰해보겠습니다.
표지모델을 벌써 두 번이나 하게 됐어요.
야구 전문 매거진에 자주 나올 수 있어서 영광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인터뷰할 수 있도록 야구를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해 통합우승을 위해 모든 선수가 사력을 다한 여파일까? 올 시즌 KT는 투·타 모두 부상자가 속출해 한동안 ‘잇몸 야구’를 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이전 시즌에 뒤지지 않는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선수들이 있었으니, 리그 데뷔 3년 차 선발투수 소형준도 그중 하나다. 커리어하이라고 불릴만한 22시즌은 그가 KBO리그의 대표 선발투수로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해였다.
이번 정규시즌엔 선발투수로 27경기 동안 171.1이닝(리그 10위)을 소화했고, 포스트시즌에선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투수로서 승리를 챙겼어요. 그야말로 대활약한 2022년이네요.
개막 전에 제가 세운 목표보다 훨씬 좋은 기록을 달성해서 100점 만점 중 95점을 주고 싶은 시즌이에요. 그동안 선발로서 규정 이닝을 채워본 적이 없어서 규정이닝 달성과 3점대 평균자책점을 목표로 세웠거든요. 근데 평균자책점도 3.05로 크게 낮추고 많은 이닝을 소화해서 만족해요.
7월 3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에 데뷔 첫 한 경기 최다인 10탈삼진을 기록했어요.
두산과 경기할 때마다 성적이 잘 나와서 자신감 있게 투구한 덕분에 새로운 기록도 나온 거 같아요. 좋은 투수가 되려면 삼진을 많이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 삼진을 잡게 돼서 기뻤어요.
유독 베어스에 상대적으로 강해서 ‘곰 사냥꾼’, ‘두산 킬러’로 불리고 있죠.
가끔 혼자서 ‘왜 두산한테 잘 던지지?’하고 이유를 찾아볼 때가 있긴 해요. 아마 어릴 때 팬이었기에 경기를 자주 보기도 했고, 특히 응원가를 정말 많이 들어서 익숙해졌기 때문에 마운드 위에서 큰 응원가를 들어도 흔들리지 않고 제 투구를 할 수 있는 거라고 봐요. (한때 좋아했던 팀을 상대하게 되면 약간 의식하게 되지 않나요?) 제가 프로에 데뷔하기 전에 잠깐 그런 생각을 했는데 요즘엔 제 앞가림하기 바빠서 그런 걸 느낄 여유가 전혀 없어요. (단호)
23시즌엔 KBO 레전드인 이승엽 감독이 베어스의 사령탑을 맡았어요. 이전과는 다른 곰 군단을 상대해야 할 수도 있을 텐데요?
새 시즌마다 모든 팀의 상황이 바뀌니까요. 그런 점을 일일이 대비하기보단 제가 한 단계씩 더 스텝 업을 한다면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거예요. 제 기량 향상에 집중하려고요.
7월 9일에 팀 창단 최초로 전반기에만 10승을 달성한 투수가 됐어요. 올 시즌 국내 선발투수 중 가장 먼저 10승을 해서 주목받았고요. 이 정도면 확실한 에이스 징표가 아닐까요?
승리는 저도 잘 던져야 하고 득점 지원이나 운도 작용해야 하는 거라 온전히 저 혼자 결과를 만들어 낸 건 아닌 거 같아요. 제가 에이스라기보단 (고)영표 형같이 좋은 형들을 보고 배우는 중이기 때문에 아직은 에이스라 불리긴 부족해요. 좀 더 성장해야 에이스로 불릴 수 있을 거예요. (팬들은 내년 시즌 1선발로 소형준을 꼽기도 해요.) 작년에 개막전 선발투수로 출전했는데 그때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어서 1선발 욕심은 없는 편이에요. 그냥 나가는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이기려는 자세만 유지한다면 언젠간 자연스럽게 1선발이 되지 않을까요?
데뷔 후 처음으로 참가한 2022 KBO리그 올스타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텐데요.
잠실야구장에 만원 관중이 가득 찬 걸 처음 봤는데 팬분들의 함성이 가득한 그라운드에서 경기한다는 자체가 신기했어요. 또 올스타전엔 다른 팀의 대단한 선배님들도 많이 오시니까 한 팀이 돼서 재밌게 경기를 한 게 좋은 추억이 됐죠.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요?) 그날 제가 불펜으로 2이닝을 소화했고 저희 드림 올스타가 3:1로 이기고 있었어요. 그래서 속으로 ‘이기면 내가 우수투수상 타겠다’하고 생각했는데 롯데 자이언츠의 (최)준용이가 동점 2점 홈런을 맞아버리더라고요. 그게 좀 아쉬웠어요. 준용이가 등판하기 전에 제가 “너 잘 던져라. 나 우수투수상 받아야 해”라고 얘기했을 때 분명 알겠다고 해놓곤 홈런을 맞고 왔어요. (씁쓸)
9월 16일 잠실 LG 트윈스 전에서 경기가 우천 중단됐을 때 더그아웃에서 천둥소리를 듣고 놀라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혔죠. 경기 중의 냉철한 모습과 사뭇 다른 장면이었어요.
그땐 제가 선발 등판했던 날의 다음 날이라 홀가분한 마음으로 더그아웃에 앉아있었어요. 생일이기도 해서 신난 마음에 좀 떠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천둥소리가 크게 들렸어요. 원래 번개가 치고 나서 얼마 있다가 천둥소리가 들리는 데 그땐 번개와 천둥이 동시에 쳐서 좀 놀랐어요. 원래 겁이 많은 성격은 아니에요.
그때 취소된 경기가 재배정된 10월 11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패해 3위 등극이 불발됐어요. 본인을 비롯해 팀원 모두가 아주 아쉬웠을 거 같아요.
그날 경기가 끝나고 이강철 감독님과 선수단 모두가 미팅했어요. 감독님이 “올 시즌 우리 팀에 부상자도 많았는데, 그런데도 다들 정말 잘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결과는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재밌게 즐기자”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선수들도 부담감을 갖기보단 즐겁게 가을야구를 치르려고 했죠.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전에서 선발승을 거두면서 분위기 전환에도 성공했어요.
만약 팀이 와일드카드전에 간다면 로테이션상 제가 선발투수로 나갈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사실 3, 4위 결정이 걸린 LG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보는 내내 ‘내일모레 던지고 싶지 않다’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정규시즌 4위가 됐죠. 그래도 와일드카드전은 2차전까지 있으니까 편안하게 던지려고 마음을 먹었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어요. 괜히 잘해야 한다고 부담을 느끼면 스스로 압박이 돼서 항상 편한 마음을 가지려는 편이에요.
와일드카드 1차전이 수원KT위즈파크에서의 첫 가을야구 경기였는데, 본인이 위즈파크의 첫 가을야구 첫 번째 승리투수가 됐네요.
저도 경기 전에 수원에서 하는 첫 번째 가을야구란 걸 의식하고 있었는데, 그런 날 제가 또 선발로 나가서 승리를 만들어 냈다는 게 굉장히 좋았어요.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선 1회부터 실점과 실책이 이어져서 다소 어수선한 상황이었어요. 그런데도 6이닝까지 책임지며 승리투수가 됐죠.
일단 그날 지면 모든 게 끝나는 거였잖아요. 그래서 끝날 때 끝나더라도 후련하게 시즌을 마무리 짓자는 마음이었어요. 올해 제가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는데, 시즌 마지막일 수도 있는 경기에서 부진하고 아쉽게 끝내고 싶진 않아서 말 그대로 즐기려고 했어요. 1회에 점수를 주고 나서도 ‘오히려 잘됐다. 이제 더 편안하게 던지자’란 생각이었죠.
하필 상대가 본인의 상대 전적이 열세였던 키움이었는데요.
그래서 경기 전날에 자기합리화를 좀 많이 했어요. ‘내일 잘 던지려고 지금까지 못 던졌구나. 이제 잘 던질 때가 됐다’라고요. 제가 원래 자기합리화를 되게 잘하고 긍정적인 편이에요. (웃음)
준플레이오프 4차전 당일 경기 전, 어머니께서 본인에게 쓴 편지가 한 언론사를 통해 공개됐어요.
저는 전날에 편지를 봤어요. 그렇게 울 만한 내용은 아닌 거 같은데 눈물이 좀 났죠. 제가 등판하는 날 엄마가 긴장을 많이 하신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편지로 어떤 마음이신지 더 잘 이해하게 됐어요. 앞으로 부모님께 더 잘해드려야 할 거 같아요.
#빅게임 피처 성장기
소형준은 고교 시절에 이미 완성형 투수라 불리며 큰 주목을 받았다. KBO리그 데뷔 시즌에도 그야말로 괴물 같은 위력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물론 홈·원정을 오가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여느 선수들처럼 후반기에 기량이 다소 저하되는 양상도 있었지만, 팀의 승리가 필요할 때마다 강력한 피칭으로 승리를 선물했다. 세부 기록도 신인의 것이라기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매년 커지는 그의 자신감은 분명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리그 데뷔 후 3년간 놀라운 활약 중이에요. 그래도 1년 차보다 작년 시즌엔 전반적으로 기록이 하락해서 소포모어 징크스(2년 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도 나타났어요.
아까 말씀드린 거처럼 자기합리화를 잘하는 게 여기서도 나타나요. 솔직히 저는 프로 2년 차에 그만큼 한 거도 대단하다고 여겨서 지난 시즌에 부진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21살에 120이닝 가까이 소화하고 4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게 흔하지 않은데, 단순히 기록이 하락했다고 ‘난 왜 이렇게 못하지?’라며 자책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도 한편으론 구위가 떨어졌단 점을 느끼기도 해서 올핸 그 부분을 개선하려고 노력했죠.
올 시즌 중점을 둔 전력 강화 방법은 뭔가요? 정규시즌 동안 볼삼비(K/BB)가 3.00이란 점이 유독 눈에 띄네요.
스트라이크 존에 자신 있게 던지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주자가 없을 땐 무조건 한가운데를 보고 던지고 타자의 배트가 나올 수 있게 유도했죠. 볼 카운트 승부도 빠르게 가져가려고 했고요. 그러다 보니까 볼넷이나 이닝 당 투구 수가 줄어들고 자연히 많은 이닝도 소화할 수 있게 됐죠.
22시즌을 앞두고 주변에서 조언도 많이 해줬을 텐데요?
제춘모 불펜코치님이랑 김태한 투수코치님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시고, 감독님도 항상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올해도 마운드에 자신 있게 설 수 있었어요. 올해는 조언받아서 2중 키킹을 하는 방식으로 투구 동작을 바꿨는데 그렇게 하니까 투구 밸런스가 안정됐죠. 머리를 고정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키킹 동작을 바꾸니까 그 부분도 개선되고 일정한 제구를 할 수 있었어요. 중심 이동도 더 원활해졌고요.
기대를 안고 시작한 올 시즌 개막 직후 2번의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못 챙겨서 아쉬웠을 법도 해요.
그래도 일단 2년 차 때보다는 여러모로 좋은 공이 나와서 걱정보단 만족감이 더 앞섰어요. 구속도 오른 느낌이었고요. 그리고 사실 제가 20승 투수도 아니기에 빠르게 승리를 못 챙겼다고 조급해하기보단, 좋은 공을 꾸준히 던지면서 승리를 달성하는 과정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그런 마음가짐이다 보니 오히려 전반기에 대활약할 수 있었군요! 한편 후반으로 가면서 전반기의 기량엔 다소 못 미치는 부분도 있었어요.
보통 1, 2년 차엔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성적이 더 좋았는데 올핸 초반부터 공을 많이 던지기도 했고 또 좋은 성적이 나오니까 제가 엄청나게 신나서 오버한 게 아니었나 싶어요. 힘을 좀 당겨쓴 거죠. 또 시즌 시작하기 전에 10승 달성을 목표로 했는데 전반기에 이미 이뤄버리니까 동기 부여가 안 됐어요. 다음 목표를 찾기 위해서 집중을 못 한 시기도 있었고요. 내년부턴 이걸 교훈으로 삼아서 목표를 이루고 나서도 또 다른 동기 부여를 빨리 찾도록 노력할 거예요.
체력 강화를 위해 연말에 미국의 트레이닝 센터에 간다고 들었어요.
작년 시즌 후에 운동법을 바꿔서 체력훈련을 했더니 올해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올해도 운동법을 바꾸면 내년에도 성적이 잘 나올까 해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봤어요. 마침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트레이닝 센터를 추천해줘서 영표 형이랑 한 달 정도 같이 가게 됐어요. 거기가 미국 선수들도 모이는 곳이니까 그 선수들은 어떻게 운동하는지도 배워보려고요.
이제 프로 데뷔 3년 차지만, 개인 타이틀도 여럿 챙기고 세 번의 가을야구와 한 번의 통합우승까지 경험했어요.
제가 운이 되게 좋은 편인 거 같아요. 이제 3년 찬데 3년간 매년 가을야구도 접해보고 우승도 해봤잖아요.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데 KT의 좋은 타이밍에 잘 들어왔다고 봐요. 정말 행복한 3년을 보냈죠. 우리는 매년 가을야구에 가고 언제든지 우승에도 도전할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그 일원으로서 저도 항상 노력하고 발전할 거예요. 한편으론 저도 3년 동안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뿌듯)
제삼자가 봐도 정말 잘해왔어요. 지금 팬분들 사이에선 대형준, 특대형준을 지나 메가, 기가, 테라로도 수식어가 진화하고 있어요. 3년 차에 이른 본인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해요?
아직 진화한 단계는 아니라고 봐요. 팬분들께서 제 성장을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불러주시는 거 같은데… (쑥쓰) 그냥 아직은 소형준이 적당해요. 점점 더 성장해나가겠습니다.
그럼 ‘소형준의 등장이 KT 전성기의 시작이다’란 말은 어때요? 본인의 데뷔 해부터 위즈가 마법같이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잖아요.
그 말은 동의해요. 제가 입단하고 나서부터 계속 가을야구에 갔으니까 분명 제 지분도 좀 있지 않을까요? (웃음) 그런 부분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앞으로도 KT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시즌의 새로운 목표가 있다면요?
이번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제가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으면 평균자책점이 2점대가 되는 거였는데, 하필 적시타를 맞아서 1점을 주고 3.05로 마무리했거든요. 그래서 내년엔 그것보다 더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싶고 180이닝 이상도 던지고 싶어요.
2023년엔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와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도 있어서 성인 국가대표팀 출전에도 욕심이 날 거 같아요.
지금 당장은 내년 시즌 준비에 집중하고 있긴 한데, 만약 가게 된다면 자부심을 느끼고 대회에 임할 거예요. (본인의 등판 시 팬들이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는 뭘까요?) 제 투심 패스트볼이 조금 낮게 제구되는 날엔 좋은 결과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주목하시면 될 거 같아요. 그럼 그날 제 컨디션이 좋은지 아닌지를 판단하실 수 있을 겁니다.
5월 14일엔 모교 유신고등학교의 대선배 유한준의 은퇴식 선발투수로 등판했어요.
그날 유신고 후배들도 오기도 했고, 대선배님의 은퇴식이라 반드시 승리를 챙겨야 했는데 패전투수가 됐어요. 경기 전에 한준 선배님이 “은퇴식 경기는 꼭 이겨야 하는 거 알지? 오늘은 내가 부담감을 줄게”라면서 농담도 하셨는데… 어떻게 로테이션이 그런 중요한 날에 딱 맞게 되는지. 제가 중요한 경기에 타이밍이 잘 맞는 거 같아요. (유한준은 선배로서 어떤 모습이었어요?) 항상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선배님이었죠. 야구장에 매번 먼저 와서 운동도 가장 일찍 시작하셨어요. 배울 점이 정말 많았어요.
만약 본인이 나중에 평가받는다면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상상을 좀 많이 하는 편이라서 이 부분도 항상 그려보고 있어요. KT의 영구결번으로 남아 나중에 은퇴해서 위즈파크에 다시 와도 팬분들께 엄청나게 환영받는 장면이요. 메이저리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거처럼요.
#Happily ever after
‘가을형준’, ‘빅게임 피처’라 불리며 포스트시즌처럼 큰 경기에 강한 이유가 궁금해요.
가끔 형들한테 관종이라고 불릴 만큼 관심받는 걸 좋아해요. 포스트시즌엔 그날 딱 한 경기만 하잖아요. 모든 야구팬이 지켜보는 거니까 스스로도 그 상황을 즐기려다 보니 좋은 결과가 따라 나와요.
직구는 물론이고 커브, 투심, 체인지업에 프로에서 장착한 컷 패스트볼까지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기로 유명한데요.
가장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공은 투심이에요. 근데 삼진을 많이 잡고 싶어서 3년째 결정구를 찾는 중인데 아직 못 정했어요. 내년엔 확실하게 찾아보려고요.
오대장(KT 소속의 인기 스포츠 스타 그룹)으로서 농구, 축구 등 타 종목 선수에 뒤지지 않는 활약도 하고 있죠.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뭔가요?
지난여름에 충주성심학교에 가서 야구부 학생들이랑 땀 흘리면서 야구도 하고, 얘기를 나눈 게 기억에 남아요. 그때 투수 포지션의 한 학생을 지도했는데 제가 던질 때마다 신경 쓰는 부분들을 얘기해주기도 했죠. 저도 야구에 대한 열정이 큰데 그곳의 학생들도 열정이 대단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던 활동이었어요.
김민·소형준·박영현의 유신고 라인이 현재 KT 투수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이에요.
민이 형은 공이 워낙 좋아요. 저랑 경기 운영이나 멘탈적인 부분에 대해 자주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같이 파이팅하고 있어요. 영현이는 공도 멘탈도 좋은 후배라서 앞으로도 프로에서 많은 경험을 쌓다 보면 더 좋은 투수가 될 거예요.
어린 시절과 지금의 외모가 큰 차이가 없는 편이에요. 동안을 유지하는 걸 신기해하는 팬분들도 많아요.
그동안은 잘 몰랐는데 어렸을 때 사진을 보니까 지금이랑 별로 다르지 않은 거 같긴 하더라고요. 그냥 그대로 커버린 듯해서 계속 이대로 살아야 할까 싶긴 해요.
무한한 성장 중인 소형준을 응원하는 팬분들께 인사하고 마칠게요!
올 시즌도 저와 KT 위즈를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22년도 거의 다 끝났는데 연말 건강하게 보내시고 내년에도 활기찬 모습으로 야구장에서 뵐 수 있게 더 열심히 준비할 테니까 많은 기대 해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응원 많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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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ly ever after’ 전래동화의 끝부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란 뜻의 문구를 이제 막 신인 시절을 벗어나는 선수에게 써도 될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데뷔 때부터 ‘소확행(소형준이 나오면 확실히 행복해)’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많은 KT 팬을 행복하게 한 소형준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이 문구와 어울리는 자가 아닐까? 운명처럼 유신고에 진학해 KT의 1차 지명 선수로 발탁된 서사에 이어, 마법사 군단의 찬란한 연대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그. 마운드 위에서 자기 확신에 찬 그의 모습을 인터뷰 내내 다시금 느끼면서 그와 함께라면 위즈가, 아니 더 나아가 한국야구가 행복할 거란 확신이 들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40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40호 (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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