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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이 끝나면
성장의 과정에는 반드시 아픔이 따른다. 그 정도와 길이가 다를지언정 누구나 자신만의 시련을 겪는다. 하지만 그 통증을 이겨내고 나면 그 아픔을 감수할 만큼 달콤한 열매를 얻어내곤 한다. 지금의 김도영이 그렇다. 1차 지명을 받고 설레하던 19살 소년은 어느새 1년간의 경험과 성장통을 통해 어엿한 프로 선수가 됐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아픔을 마주하고 버텨낸다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성장을 이뤄낼 테다. 이제 막 데뷔 시즌을 마친 그가 어떤 성장을 이뤄낼지 그 누구도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 아직 우리는 고작 이 아기호랑이의 첫걸음마만을 목격하지 않았던가.
Photo KIA Tigers Editor Mingyu Kim
#세 번째 만남
1년 정도 만에 만나네요. 지난 인터뷰 마지막에 유명해져서 다시 나오겠다고 했는데, 1년 만에 진짜 다시 나오게 됐어요. 소감이 어때요? (11월 4일 인터뷰)
너무 영광스럽고, 또 재미있을 것 같네요.
작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다고 느껴요?
실력 부분에서 시즌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느낌이에요. 1년 동안 배운 것도 많고요. 그래서 올 한 해는 만족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런데 마음가짐 면에서는 크게 안 다른 거 같아요. 작년이랑 마찬가지로 ‘내년에는 좀 더 잘하고 싶다’라는 마음이에요.
발가락 부상 이슈가 있다고 들었어요. 원래 비시즌에 질롱 코리아로 파견이 계획됐는데 취소됐잖아요. 파견 전 오리엔테이션까지 했는데 아쉬움은 없었을까요.
너무 아쉬웠죠. 그런데 구단이나 감독님, 코치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지금 상태에서는 안 가는 것도 제 딴에는 나쁜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최대한 좋은 쪽으로, 긍정적으로 ‘오히려 잘 됐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부상 상태는 어때요?) 다행히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예요.
같이 호주로 갈 예정이었던 롯데 자이언츠의 김민석이 본인과 친해지고 싶다고 했어요. 아쉬워하고 있을 김민석에게 메시지를 남겨볼까요?
이번 기회에 같이 야구하고 싶었는데, 못 가게 돼서 아쉽다. 하지만 나중에 국가대표도 있고, 언제든지 더 높은 곳에서 같이 할 날이 올 거니까 그때만을 기다리고 있을게.
비시즌 계획이 바뀐 건데,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요?
2군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인데, 144경기를 소화하려면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또 시즌 끝나고 11월, 12월, 1월이 제일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하셔서 그 부분을 계속 명심하고 있어요.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체력적인 부분을 향상시키는 걸 위주로 준비하는 중이에요.
#처음의 마무리
첫 시즌을 무사히 마무리했어요. 시즌 전에 그렸던 본인의 모습이 있었을 텐데, 그 모습과 비교를 해본다면요?
일단 제가 그린 모습이랑은 조금 거리가 있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프로의 모습과도 조금 달랐고요. 처음에 머릿속에 있었던 그림은 좋았는데, 그것과 차이가 생기니까 아쉬운 마음도 있었어요. 그래도 시즌이 끝나고 나니까 괜찮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초반에 안 좋았지만, 시즌이 가면 갈수록 적응도 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게 많았거든요.
시범경기 타율이 무려 0.432였어요. 전체 타율 1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그때 어떤 기분으로 야구를 했다고 기억하고 있어요?
그냥 하루하루 야구장에 나가는 게 재밌었어요. 그리고 주변에서부터 ‘잘한다’라는 말을 들으니까 저도 타석에서 신났고요. 그 덕에 성적도 더 잘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그 활약을 바탕으로 개막전 리드오프로 낙점됐어요.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감정이 가장 크게 느껴지던가요?
설렘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경기 전에는 그렇게 긴장은 안 됐던 거로 기억해요. 그런데 경기에 들어가니까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이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몸이 긴장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시즌 초반에 다소 아쉬운 성적이 이어졌어요. 시범경기 때 워낙 잘했으니까 당황스러운 마음도 들었을 것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슬럼프를 탈출하려고 했나요?
훈련 끝나고 나면 혼자서 배팅 훈련도 해보면서 뭔가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금 보면 그런 게 약간 헛수고였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내일 잘하면 되니까 그냥 집 가서 푹 쉬고 내일 나와서 운동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저는 그날 안 된 게 있으면 당일 반드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에요. 그게 저한테는 독이 된 거죠. 계속 훈련하면서 타격폼도 저도 모르게 바뀌고 있었고요. 돌이켜보면 초반에 안 좋았던 게 단순히 타격 사이클이 잠시 내려가는 단계였을 뿐인데, 괜히 폼도 바꾸고 이유를 계속 찾으려다 보니까 오히려 슬럼프가 길어졌던 거로 생각해요.
시간이 갈수록 반등하면서 타율도 많이 높아졌는데, 어떤 부분이 주요했다고 생각해요?
시즌 끝날 때쯤 돼서야 스스로 깨달은 게 있어요. 제가 붙박이 주전이 아니다 보니까 타석에 나가면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강했는데, 그게 결과로 잘 이어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타석에서 마음가짐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어요. 반드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고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타석에서 제가 해야 할 거를 충실히 하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죠. 그런데 오히려 결과가 더 좋게 나오더라고요. 이 부분을 유지한다면 내년에는 기록적인 부분은 좀 더 나아질 거로 생각해요.
마음가짐의 변화가 있었다고 했는데,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스스로 얻은 깨달음이었나요? 아니면 선배들의 조언이 있었나요?
둘 다라고 생각해요. 제 타격폼에서 저만의 타격 존을 찾는 데 선배님들의 도움이 컸고, 경기를 뛰고 타석에 들어서는 과정에서 스스로 느끼는 바도 있었거든요.
올 시즌에 도루를 13개 성공했어요. (KIA 고졸 신인 최초 두 자릿수 도루) 데뷔 전부터 주력이 강점으로 뽑혔는데, 스스로 주루에서 몇 점 정도를 주고 싶어요?
60점? 정도요. 도루할 기회가 훨씬 많았는데, 초반에 자신을 못 믿고 눈치 보면서 했던 게 아쉬웠어요. 코치님께서 뛰어도 된다고 사인을 주셨는데도 제가 못 갔거든요. 그때마다 자신 있게 뛰었으면 더 많이 성공할 수 있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커요.
#기억에 남았던
7월 1일에는 대타로 나와서 첫 홈런을 때려냈는데, 공교롭게도 장소가 또 문학이었어요. 본인의 의미 있는 기록들이 나왔고 타율도 0.313으로 높았던 곳인데, 이쯤 되면 문학에 좋은 기운이 있는 걸까요?
특별하게 타석에서 공이 잘 보이거나 그런 건 아닌데, 결과를 놓고 보니까 문학에서 결과가 좋았더라고요. 저도 당시에는 몰랐는데. 그래서였나 문학에 가면 뭔가 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했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 문학에서 경기를 한 번도 안 해서…
데뷔 시즌부터 가을야구 엔트리에 들었어요. 경기에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팬들이 응원하는 현장 속에 있었잖아요. 그 열기를 직접 경험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그날은 뭔가 호텔에서 나갈 때부터 마음가짐이… 뭐라고 해야 할까, 진짜 전쟁에 나가는 기분이었어요. (아쉽게 경기를 뛰어보지 못하고 가을야구가 끝났어요.) 아쉽죠. 무엇보다 경기에 꼭 나가보고 싶었거든요, 그래도 앞으로 야구를 할 날이 많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일단 엔트리에 들었다는 자체로 정말 행복했으니까요.
올 시즌 최고의 순간을 하나 뽑아볼까요?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했을 때가 제일 기뻤어요. 저 혼자 잘했던 거는 마음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지는 않은데, 팀이 가을야구를 확정했을 때는 제가 경기를 안 뛰었음에도 그저 행복했어요.
#타이거즈의 피터 팬
어렸을 때부터 갸린이로 유명했어요. 갸린이 출신이 뽑는 최애 KIA 응원가는?
1등은 (김)선빈 선배님 노래요. (응원가가 두 개인데 그중에 어떤 거요?) ‘작은 거인 김선빈’이요.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이 들어서 야구장 안에서 들려도 익숙해요. (그럼 팀 응원가 중에서는요?) 팀 응원가는 ‘라인업송’이요. 그 노래가 뭔가 제일 근본 있는 느낌이에요. (‘남행 열차’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남행열차는 논외죠! 일단 광주 사람으로서 모를 수가 없는 노래잖아요.
과거 본지와 인터뷰했을 때 나온 포토카드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어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주실까…’ 돈 주고 사는 거잖아요. 감사하면서도 ‘이게 왜 그렇게 인기가 많지?’라는 생각도 들기는 해요. 저를 찾아주시니까 감사한테, 신기한 마음이 더 컸어요.
갸티비에서 구단 이벤트로 폴라로이드 사진 찍는 거 봤어요. 그때 셀카를 되게 자연스럽게 잘 찍던데, 평소 본인의 셀카 실력은 어떻다고 생각해요? ‘상 중 하’로 매겨본다면!
‘하’요. 평소에 셀카를 안 찍어요. SNS에도 셀카는 잘 안 올리거든요. 사실 좀 오글거려서…
얼마 전에 호랑이 가족 한마당에서 피터 팬 가면을 쓰고 노래 불렀잖아요. ‘춤춘 거로 봐서는 절대 김도영이 아닐 거다’라는 팬들의 반응이 있었어요. 혹시 속이려고 일부러 춤을 고른 건 아닌가요?
(단호) 아뇨! 저는 ‘여기 나와서 노래만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인기가 없을 거다’라고 들어서 처음부터 춤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점수가 그렇게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기대했던 거랑 차이가 컸나요?) 저는 무조건 1등 할 줄 알았죠. 근데 좀 많이 낮게 나왔어요. 형들이 점수를 너무 안 주더라고요. 저인 거 알고. (시무룩)
스스로 무대는 만족스러웠나요?
솔직히 만족은 못 했어요. 제가 연습한 거 치곤 실력이 별로 안 나왔어요. 원래 1절에는 그냥 춤만 출 거였는데, 노래가 아예 없으면 진짜 이상할 것 같아서 무대 당일에 그 자리에서 노래도 연습한 거거든요. 그래서 형들이 보고 “너는 노래는 아니다”라고 했는데, 다음에는 노래로 1등 하려고요.
춤이랑 노래 중 어디에 더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원래 춤은 진짜 소질이 없어서 노래만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연습해봤는데 춤에도 소질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안 그래도 ‘김도영은 춤이 더 나은 것 같다’라는 팬 반응도 있었어요.
다음번에 나가면 그걸 깨부수도록 하겠습니다. (노래로 무대를 찢어 놓을 계획인가요.) (울분) 아니, 솔직히. (강)병우가 노래만 불러서 2등 했잖아요. 근데 그 노래는 진짜 누구도 못 부를 수가 없는 노래거든요. 진짜 춤 없이 그렇게 쉽게 무대 했는데. (억울) 그래서 저도 다음번에는 그냥 노래만 불러서 1등 하려고요.
#많이 배웠고, 조금씩 갚아나갈
작년에 인터뷰 끝날 때 다시 나오기로 약속하면서 끝냈잖아요. 그때 <더그아웃 매거진>이 가족 같은 잡지라고 얘기했는데 아직도 유효한가요?
물론이죠. 정말 유명한 잡지고, 제가 프로에 들어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고, 어렸을 때는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해봤고요. 그냥 진짜 유명한 잡지니까 나올 수만 있다면 무조건 나와야죠. 기회가 될 때마다 계속 나오겠습니다.
다음에 인터뷰할 때는 어떤 선수가 되어 있으면 좋겠어요?
골든글러브를 받고 나서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내년에 받아서 바로 나오는 건 어때요?) 그럴 수만 있다면 전 무조건 콜이죠!
***
‘사는 게 그렇지. 힘든 일만 찾아오는 것 같아. 마음먹기 달렸대. 입꼬릴 높이 올려봐!’ 김도영의 응원가 원곡인 럼블피쉬의 ‘Smile Again’ 가사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인터뷰에서 그가 이야기한 시즌 도중의 반등 요인 또한 ‘마음가짐의 변화’였다. 마치 원곡의 가사가 말한 그대로 말이다. 응원가가 본인과 어울린다고 느꼈던 것은 단순히 우연이 아닐지도.
김도영은 이미 더 나은 내일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인터뷰 마지막에 말했던 것처럼, 이른 시일 내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이자 ‘골든글러버’가 되어 화려하게 본지와 다시 만나게 되길 기다려본다.
▲ 더그아웃 매거진 140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40호 (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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