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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열정과 재능이 만나면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분야든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정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한 분야를 정복하기 위해 1만 시간 정도는 기꺼이 할애할 미친 열정이 필요하단 뜻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현재까지 장현석이 야구에 쏟아부은 열정의 양은 그에 근접하거나 이상일 거다. 본인 말마따나 야구에 미쳐있던 1만 시간은 남다른 재능과 만나 156km/h라는 결과로 돌아왔고, 수많은 야구팬은 물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이목마저 끌어냈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Jinseok Kim Location Masan Yongma High School
장현석
출생 2004년 3월 14일 신체조건 190cm 90kg 출신교 상일초-경주중-마산용마고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우타 2022시즌 성적 12경기 39.1이닝 평균자책점 2.54 3승 3패 50탈삼진 26사사구 22피안타
#한 시즌을 마치며
마산용마고 선수와는 1년 만에 만나네요.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마산용마고에 재학 중인 2학년 투수 장현석이라고 합니다.
추계리그도 지난달에 끝나며 시즌이 마무리됐어요. 요즘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시즌 종료 후에도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체격을 키우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로 시간을 보내는 중이죠.
학교에서의 훈련은 어떤가요?
지금은 학교보다는 외부 센터 트레이닝에 중점을 두고 준비 중이에요. 감독님이 팀 훈련도 좋지만, 학교가 아닌 밖에서 몸을 만들어 오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죠. 그래서 등교 후에 점심 먹고 운동을 하러 나가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어요.
이번 시즌 39.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50개의 삼진을 잡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어요. 이렇게 많은 삼진을 잡을 수 있던 비결이 있다면요?
비결이라 말하긴 어렵겠지만, 마운드 위에서 타자를 상대할 때 ‘무조건 이 선수는 잡아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그런 마인드가 삼진이라는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아닐까요?
반면 비교적 많은 4사구 기록은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요.
맞아요. 확실히 아쉬움이 남는 기록이죠. (앞으로 만회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일정한 릴리스 포인트에서 공을 놓는 데에 더욱 중점을 둬야 한다고 봐요. 그뿐만 아니라 투구폼이 아직 불안정해서 좀 더 부드럽고 안정적인 자세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이번 시즌 어떤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나요?
봄에 있던 충암고와의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좋은 흐름에서 역전패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죠.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나요?) 우리 팀 에이스 (전)승우형의 피칭 내용이 좋았어요. 경기 분위기도 괜찮았고요. 다음 게임도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승우 형 다음으로 1학년 (김)현빈이가 올라가서 투구를 이어갔는데, 아쉽게 점수를 내주고 추가 실점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흐름이 바뀌었어요. 당장 맞이한 위기는 제가 등판해서 막았지만, 그 이후가 아쉬웠죠. 가볍게 맞춰 잡아도 되겠다는 다소 안일한 마인드로 승부에 임했어요. 짧은 방심이 그렇게 큰 화로 다가올 줄은 상상도 못 했죠. 제 잘못이 커요. 잘 준비해서 내년에 만났을 때는 꼭 이기고 싶어요.
올해 만났던 타자 중 어떤 선수가 가장 까다로웠나요?
특별하게 기억나는 선수는 없어요. 까다로운 타자를 신경 쓰기보다는 제가 던지는 공에 더욱 집중하려고 노력해서요. 강타자에게는 평소보다 강한 공을 던지며 삼진을 잡기 위해 집중했고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피칭했죠.
#160km/h를 목표로
이번 시즌 놀라운 경기력을 통해 많은 주목을 받게 됐어요. 갑작스러운 관심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을 것 같은데요.
특별히 부담이라고는 생각한 적 없어요. 오히려 팬들의 주목과 사랑에 감사한 마음이 커요. 저는 아직 고등학생일 뿐인데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뉴욕 양키스의 스카우트가 경기장을 방문했을 때의 기분도 궁금해요. 당시 알고 있었나요?
마운드에 등판하기 전부터 미국 스카우트분들이 방문했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구단인지는 파악하지 못했죠. (피칭할 때 어쩔 수 없이 의식도 됐을 텐데요.) 던질 때는 의식을 안 했어요. 공에 집중했죠. 대신 아웃 카운트를 만들 때 살짝살짝 스카우트 쪽을 쳐다봤죠. (웃음) 제 영상이나 볼 스피드를 체크하는 것 같은 모습도 봤고요. 신기했던 경험으로 남아있어요.
어떤 구질에 가장 자신 있나요?
아무래도 빠른 직구에 가장 자신 있어요. 직구 외에는 슬라이더 정도를 꼽을 수 있죠. (새로 연습하고 있는 구종도 있어요?) 새로운 구질을 추가하기보다는 현재 던지고 있는 걸 좀 더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체인지업과 커브를 연습하며 실전에서도 사용 중인데, 아직 완벽하게 구사하기에는 미숙한 부분이 많아요. 두 가지를 완벽하게 제 걸로 만드는 게 이번 동계 목표 중 하나예요.
빠른 구속은 어릴 때부터 타고나는 면이 있다고 하던데요.
어릴 때부터 강하게 던지는 법은 알았어요. 체격도 좋았고요. 1년 유급하긴 했어도 중학교 2학년 때 190cm에 70kg이었고, 144km/h를 기록한 적도 있었어요.
구속을 증가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투구폼에 변화를 준 부분도 있지만 웨이트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어요. 현재까지 꾸준히 해오는 중이죠.
현재 156km/h까지 구속을 달성했어요. 앞으로 얼마나 더 빠른 구속을 찍고 싶나요?
160km/h요. 지금 시속 156km를 던질 수 있는 건 제게 잠재력이 있다는 뜻이라고 봐요. 하지만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목표를 만들고자 해요. 그게 160km/h이고요.
빠른 볼 외에도 본인의 장점을 더 꼽아볼까요?
이번 시즌 중후반부로 들어오면서 슬라이더를 더욱 정교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 점이 장점이에요. 다소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경기 운영 능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중이죠.
이번 시즌 선발과 중간계투 역할을 모두 경험했는데, 더 선호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선발투수 보직이 더 매력적이라고 봐요. (선발은 위기를 이겨내고 이닝을 길게 끌고 가는 멘탈 관리도 중요한데요.) 일단 앞뒤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막겠다는 생각으로 임해요. 승리를 가져오기 위해선 상대에게 절대 그 점수를 줘서는 안 되잖아요. 어떤 선수든, 어떤 상황이든 간에 실점을 안 하겠다는 결심으로 타자를 상대하죠.
감독, 코치님은 평소 어떤 조언을 건네주시나요?
일단 아프지 말라는 조언을 가장 많이 해주세요. 부상이 가장 큰 위험이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해 항상 주의를 시키시죠. (부상과 관련해선 롯데 자이언츠 출신 조정훈 코치의 조언이 많이 와닿을 것 같은데요. 현역 시절 워낙 많은 부상을 이겨냈으니까요.) 코치님께선 빠르게 복귀하기 위해 서두르기보단, 복귀 이후의 몸 상태도 신경을 써야 하니 안 아플 때까지 몸을 잘 만들라는 조언을 해주시죠. 부상 당했을 때 열심히 재활해서 야구장에서 보자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어요.
#운명적인 사고
이호준 현 LG 트윈스 타격코치와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우연히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들었어요. 당시 어떤 상황이었나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동네 형들, 사촌 형과 함께 마산야구장으로 NC 다이노스 경기를 보러 갔어요. 사인을 받기 위해 선수들 출근 시간부터 경기장을 찾아가 기다리고 있었죠. 엄청나게 이른 시간이었어요. 대기하던 중 이호준 코치님의 차가 보였고 저희는 그걸 알아본 후 바로 뛰어갔죠. 제가 1등으로 도착해 주차 중인 차 바로 앞에 섰어요. 내가 첫 번째로 싸인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들떠있었고요. 그런데 너무 앞에까지 갔는지 차가 발등을 밟고 넘어갔어요.
많이 다치진 않았어요? 굉장히 아찔한 사고였는데요.
당시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는데, 코치님께서 저를 선수 대기실로 데려가 아이싱을 해주셨고 병원에도 데려다주셨어요. 그 와중에 야구를 해보라는 권유도 받고, 저보고 “참 별난 애구나”라는 말도 하셨고요. (웃음) 말 그대로 별난 경험이었어요. 그때의 사고와 코치님의 말 한마디가 결국 야구를 제대로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됐죠.
만약 프로에 입단해서 이호준 코치를 만난다면 어떤 말을 먼저 전하고 싶나요?
어떤 말을 구체적으로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코치님과의 대화가 이렇게 야구선수라는 꿈까지 이어졌다고 얘기하지 않을까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투수를 하게 됐나요?
처음에는 중견수로 시작했어요. 한두 달 정도 지나고 코치님의 권유에 투수도 하게 됐고요. (타자로서 소질이 있었나요?) 전혀요. (웃음) 나쁘지는 않았지만 던지는 재능에 비해 많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타자를 택하지 않은 아쉬움은 전혀 없어요. 타석에서 공에 맞을까 무섭기도 하고요.
중학교 때는 어떤 선수였나요?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궁금해요.
중학교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운동만 열심히 하는 선수였어요. 야구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알지 못했고, 지금과 비교하면 무식하게 운동했다고 말할 수도 있죠. 감독, 코치님께서 시키는 대로 꾸준히 했지만 정말 하라는 것만 했지, 깊이 공부하진 않았어요. 어떤 이유로 이런 훈련을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1년 유급하게 된 이유도 궁금해요.
제가 리틀야구단 출신인데 8월 마지막 대회를 끝내고 중학교로 올라갔어요. 가자마자 감독님께서 유급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셨어요. 감독님의 권유라 바로 결정했죠. (동급생인 동생들과는 어떻게 지내나요?) 동생들은 형이라고만 부르지 모두 편하게 반말하며 지내고 있어요. 말이 형이지 친구나 다름없죠.
좋아서 시작한 야구지만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을 텐데요. 그럴 땐 어떤 방법으로 마음을 다잡나요?
야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조금 힘들다는 기분은 느낀 적이 있죠. 그럴 때마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어요.
#야구에 미쳐있는
학교가 창원NC파크 근처에 있잖아요. 본인도 NC와의 접점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로는 거의 없어요. 초등학교 때는 방문할 기회가 많았지만, 운동을 시작하면서 개인적인 이유로 창원NC파크를 방문한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예요. 중학교 입학 3번 정도 간 거로 기억해요. 그마저도 학교에서 간 단체관람을 제외하면 2번이고요. (창원NC파크의 볼 보이 일을 마산용마고 선수들이 맡기도 하던데요?) 맞아요. 1학년 위주로 하러 가는데, 저 1학년 때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롤 모델이 있나요?
제이콥 디그롬이요. (국내 선수 중에도 있나요?) 인터뷰 때마다 다르긴 하지만 요즘은 안우진 선수와 소형준 선수요. 빠른 볼을 던지기도 하고,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과 볼 컨트롤 능력을 닮고 싶어요.
타 인터뷰에서 라이벌로 언급한 부산고 원상현과의 사이도 궁금해요.
상현이는 리틀야구 친선 교류전으로 일본에 갔을 때 친해진 친구예요. 어렸을 때 많은 연습경기를 하며 자주 만났고, 리틀야구 대표팀에도 같이 승선했죠. 최근에는 운동 센터가 겹쳐서 오며 가며 서로 격려해주고 가끔은 같이 운동하기도 해요. 둘 다 야구에 미쳐있어서 어떻게든 서로를 이기기 위해 이 꽉 깨물고 훈련에 임하죠. (사석에서는 편한 친구죠?) 네 그럼요. 주말에 같이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잘 지내요. 하지만 운동할 때만큼은 완전 경쟁자로 탈바꿈하죠.
올해 U-18 야구 월드컵 참가 실패는 아쉬운 기억으로 남았을 것 같아요.
내년 대회는 나이 제한에 걸려서 출전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올해 꼭 가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발탁되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죠. 이제 청소년 대표팀의 꿈은 내려놓고 다음 시즌을 전력으로 준비할 예정이에요.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가장 짜릿했던 세 장면을 꼽아볼까요?
첫 번째로는 이마트배 첫 등판에서 첫 이닝을 막은 순간을 꼽고 싶어요. 처음이기 때문에 엄청 짜릿했죠. 두 번째는 여름에 있던 세광고와의 경기요. 최고 구속을 기록한 경기예요. 지금도 웅성웅성하던 우리 팀 더그아웃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마지막은 초등학교 때 추억이에요. 경남지역 리틀야구단 선수 중 베스트 멤버로 팀을 구성해 앞서 말한 친선 교류전을 갔을 때요. 발탁됐을 때의 감정도 그렇고, 경기 내용도 지금까지 잊히지 않아요.
본인에게 내년은 정말 중요한 해예요. 어떤 포인트에 맞춰 준비할 예정인가요?
제 개인 목표를 달성하는 게 첫 번째예요. 앞서 언급한 160km/h라는 스피드도 있고, 경기 운영 능력도 지금보다 많이 향상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년 1월이 되면 리그전을 많이 치를 텐데, 그때 많은 등판을 하고 성장하기 위해 준비 중이에요. 그다음으로는 제 동기이자 동생들과 함께 우승을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갖고 있어요.
장현석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요?
‘미친놈’이요. 놀 때는 정말 잘 놀고 운동할 때는 진짜 미친 듯이 하니까 미친 자가 맞는 것 같아요. 친구들도 제게 절대 정상은 아닐 거라고 얘기하곤 해요.
앞으로 장현석의 야구를 응원할 팬들에게 인사하며 인터뷰를 끝낼게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마산용마고에 재학 중인 2학년 장현석이라고 합니다. 특출나지 않은 아마추어 고교 선수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많은 관심을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관심과 사랑을 주신 만큼 내년 시즌도 더욱 잘 준비하겠습니다. 올해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할 테니까 응원 많이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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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그의 눈빛에 가득했던 야구 욕심. 스스로 미쳤다고 말할 만큼 야구에 진심이기 때문일까. 답변 하나하나에 당당함이 묻어나왔고, 고교야구 랭킹 1위가 아닌 그 이상을 노려볼 만한 포부가 느껴졌다. 많은 관심이 따른 한 해를 뒤로하고, 비시즌에도 1만 시간을 넘어 더 큰 노력을 차곡차곡 쌓고 있던 장현석이었다. 머지않아 더 넓은 무대에서 그동안 땀 흘린 수많은 시간을 보상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 더그아웃 매거진 140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40호 (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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