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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 지명하겠습니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지만, 아마야구에서는 다르다. 스카우트는 단순히 기록만으로 선수를 평가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장점이 아닌 미래의 잠재능력을 판단하는 것이 스카우트의 역할이고, 그들은 숨은 원석을 찾기 위해 1년 365일 중 절반 가까이 현장에 머문다.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1,165명 중 110명만이 프로의 부름을 받았다. 수많은 선수 중 일부가 드래프트 신청서를 접수하고, 그들 중 약 10%의 인원만이 꿈에 그리던 프로 유니폼을 입는 셈이다. 키움 히어로즈 이상원 스카우트 팀장은 수많은 유망주 사이에 숨어 있는 미래의 영웅을 찾기 위해 수년간 전국을 누벼왔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Ilwoo Kim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좋은 원석을 찾아서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인사와 함께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11월 15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키움 히어로즈 스카우트 팀장 이상원입니다. 반갑습니다.
좀 늦었지만 지난 9월 2023 KBO 신인 드래프트를 마치고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신인 드래프트가 가장 주된 업무긴 한데, 드래프트만큼이나 중요한 게 신인 선수들의 사후 관리예요. 예를 들면 메디컬 체크와 선수 계약이 있고, 스프링 트레이닝 합류 전까지 선수 모니터링과 구단 브리핑도 진행해야 해서 바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드래프트가 끝나면 시간이 여유롭지 않을까 했는데 더 바쁘네요.
맞아요. 마무리 캠프 동안 신인 선수를 직접 관리 감독하기 때문에, 11월까지는 계속 바쁘게 움직일 예정입니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스카우트는 선수를 관찰하고 뽑는 직업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이번 기회에 팬들에게 스카우트에 관해 소개해볼까요?
스카우트는 딱 중간 역할이라고 봐요. 아마추어 지도자가 선수의 기본기를 다지는 역할을 한다면, 프로 지도자는 그의 실력을 토대로 스타나 유명한 선수로 만들어야 하는 거고요. 스카우트는 그 중간에서 프로에서 성공할 만한 경쟁력이 있는 선수를 발굴하는 게 업무라고 볼 수 있죠.
이번 드래프트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12명 중 무려 5명의 포수를 픽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팬분들이 많이 궁금해하실 부분인 것 같아요.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번 드래프트에서 획기적으로 포수 5명을 지명한 건 아니고 몇 년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예전에 외국인 담당 스카우트와 미국에 선수를 보러 갔는데, 현지 선수들이 포수, 코너 내야수, 외야수까지 소화하는 모습을 봤어요. 주로 한 포지션에 정착하는 국내와는 달리 여러 포지션에서 뛰는 모습이 굉장히 색다르게 느껴졌죠.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포수라는 포지션은 단순히 공격형 포수, 수비형 포수로만 나뉘잖아요. 포수를 포함해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게 과연 단순히 개인 운동 능력의 차이인지, 인프라의 차이인지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팀원들에게도 이 부분에 대해 집중 모니터링을 요청했고요. 꾸준하게 모니터링한 결과 올해 유독 운동 능력이 좋은 포수들이 나와서 지명한 거고요. (포지션에 상관없이 운동 능력을 보고 높이 평가한 거네요?) 운동 능력이 뛰어나고, 두 개 포지션이 가능한 야수 5명을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죠.
현대야구는 세이버메트릭스 등 데이터로 선수를 평가하는데, 144경기를 치르는 프로 대비 표본이 적은 아마추어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데이터가 있다면요?
세이버메트릭스도 굉장히 중요하죠. 하지만 아마추어에 대입하기엔 표본이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저 또한 그 부분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아마야구에 어떻게 접목할지가 큰 숙제로 남아있어요. 다른 기록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예를 들어 투수를 볼 때 볼삼비(볼넷과 삼진의 비율),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기록을 많이 참고하거든요. 하지만 이 또한 아마와 프로의 스트라이크 존 차이를 감안해서 관찰하는 게 어려워요.
프로와 아마추어의 레벨 차이가 있어서 단순 기록으로만 선수들을 판단하기 어려울 거 같아요.
아마추어에서 이름을 날리고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둬도 저희는 이름값과 기록에 연연하지 않아요. 최대한 우리만의 눈높이를 통해 판단하고, 프로의 스트라이크 존 안에 던질 수 있는 선수를 좋게 평가하려 하죠. 우리가 보기엔 볼인데 심판이 삼진을 잡아준다면 머릿속에서 그 기록은 지웁니다. 부드러운 것과 느린 것, 빠른 것과 거친 것 등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거거든요. 여기에 속지 말라고 팀원들에게 당부하기도 합니다.
#바쁘고 외로운 일
1년 내내 지방을 오가며 많은 경기를 보겠지만, 그래도 모든 경기를 직접 챙겨보진 못하잖아요. 그럴 땐 어떤 방식으로 선수들을 평가하나요?
기본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수많은 선수를 저학년 때부터 쭉 지켜보고 있어요. 저희 같은 경우는 여러 팀원이 함께 관찰하는 경우는 드물고, 각자 맡은 지역에서 관찰하고 데일리 리포트를 제출합니다. 제가 중간 지점에서 계속 이동하면서 선수들을 파악하고 있어요.
현장에 갈 때 특별하게 준비하는 아이템이 있나요?
선수들의 플레이를 촬영하고, 데이터를 저장하고 편집하기 위해 콘센트나 50m 리드선을 항상 차에 싣고 다니고요. 또 한 경기 보는 거라면 상관없지만, 전국대회 특성상 한 경기장에서 10시간 이상 있어야 하니까 파라솔은 기본으로 챙기죠. 그 밖에 지방에 가는 경우엔 스카우트가 최적의 환경에서 선수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날씨나 장소를 미리 조사하라고 주문하는 편이에요.
또 요즘은 학교생활이나 인성에 관해서도 많이 본다고 들었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체크 하나요?
템퍼링 의혹을 받을 수 있기에 제일 어려운 것 중 하나인 거 같아요. 사실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그 사람의 세세한 부분을 알기 어렵잖아요. (생활기록부를 따로 볼 수는 없나요?) 생활기록부는 부모님과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볼 수 있는 개인 정보라, 저희가 따로 확인할 수는 없어요. 대신 훈련과 경기에 임하는 자세, 태도를 유심히 보고요. 그라운드나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의 관계도 집중적으로 관찰합니다. 상대 팀과 접전이 이뤄지고 있는데 본인의 플레이가 잘 안 풀린다고 인상을 찌푸리고 화내는 모습도 다 확인하죠. (이런 모습은 어떻게 보나요?) 우리 스카우트 팀은 제일 좋은 망원경을 가지고 다닙니다. (웃음)
프로를 꿈꾸는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전한다면요?
제가 봤을 땐 선수 개개인의 재능과 장점은 다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본인의 장점을 잘 파악하고 훈련하는 선수가 있는 한편, 하고 싶은 훈련에만 집중하는 예도 있어요. 계획적으로 준비하는 선수들은 기술 습득력도 뛰어나고 발전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거든요. 다들 각자의 재능과 장점에 대해 파악하고, 자기계발에 노력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1차 지명 제도를 통해 핵심 선수를 다수 배출한 구단이에요. (2015년 최원태, 2017년 이정후, 2018년 안우진 등) 1차 지명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데요.
좀 조심스러운 얘기인데요. 1차 지명과 전면 드래프트에 관한 장단점은 분명히 있지만, 그에 대해서는 논하고 싶지 않아요. 왜냐면 저와 구단, 그리고 팬들의 생각과 입장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에요. 우리 팀이 1차 지명으로 좋은 선수들을 지명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는 폐지 얘기가 나올 때부터 ‘무조건 현 제도를 고수해야 한다’라고 목매지는 않았어요. 꾸준히 전면 드래프트 시대를 준비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프로야구만큼 지역색이 강한 스포츠가 또 없잖아요.) 그렇게 보면 1차 지명은 큰 장점이 있는 제도지만, 각 지역의 팬마다 의견이 또 다를 거고. 참 어려운 문제에요.
타 구단과의 눈치 싸움으로 오랫동안 지켜본 선수를 뺏겼을 땐 허무함이 클 거 같아요.
허무함이라기보단, 사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잖아요. 해마다 보통 1,200명 정도 지명 대상자가 나오는데, 지명권은 11장으로 제한돼있고 원하는 선수를 다 뽑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죠. 그래서 저희는 허무함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많은 시뮬레이션을 해요. 플랜을 보통 A, B, C, D까지 준비하는데 플랜C까지 넘어간 적은 없었어요. 대부분 원하는 대로 잘 됐죠.
타 구단과의 트러블은 안 생기나요?
스카우트 이전에 운동했던 선후배 사이기 때문에 예우는 서로 갖춰요. 하지만 업무가 시작되면 야구장은 전쟁터예요. 그렇다고 많은 트러블이 있는 건 아니고요. (웃음) 각 구단 소속으로 일하기에 서로의 이해관계가 있긴 하지만, 설령 약간의 말다툼이나 속상한 일이 생겨도 보통 선배들이 먼저 와서 오해를 풀어요.
직접 뽑은 선수가 좋은 활약을 하면 뿌듯함을 느끼겠는데요?
이건 잘 모르시는 부분이고 저희가 제일 마음 아픈 점이기도 해요. 분명 좋은 선수가 많이 배출돼서 뿌듯함을 느끼죠. 하지만, 이 뿌듯함은 키움이 이겨서 느끼는 감정에 가까워요. 스카우트는 결과가 좋았다고 쉽게 만족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스카우트 업무는 계속해서 이어지잖아요. 우리가 이정후를 지명해서 신인왕이 되고 핵심 선수로 도약했지만, 팀에 좋은 선수가 나왔다고 스카우트 팀에 잠시라도 쉴 시간이 주어지는 게 아니죠. 다시 이 선수를 뛰어넘는 자원을 뽑아야 하는 게 저희의 일이고 숙명이니까요.
그래도 가끔 선수들이 감사의 인사를 전하지 않나요?
되도록 선수들과 안 마주치려고 해요. 스카우트 사무실이 선수단 근처에 있는데 그쪽 화장실도 안 가고, 개인적인 애정 표현도 마음속으로만 하고 있죠. 한 해를 마친 후 스카우트팀의 첫 회의 내용이 뭐냐면, 한두 달 전에 지명한 선수들보다 더 좋은 선수를 뽑자는 거예요. 그래서 그들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가져도 안 되고, 좋은 선수를 뽑았다고 자만해서도 안 되는 거죠.
#스카우트는 천직
어렸을 땐 선수 생활을 했다고 들었어요. 야구는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요?
처음 야구를 시작하는 보통의 친구들과 비슷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성균관대학교 야구부 재학시절까지 했죠. (어느 포지션을 봤나요?) 내야, 외야에서 다 활동했어요. 투수 빼고는 다 했던 거 같네요.
이후 아마추어 지도자 경험도 있었는데, 스카우트가 된 계기가 있을까요?
당시 고형욱 스카우트 팀장님(현 키움 단장)으로부터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받았어요. 제가 고등학교 지도자로 10년 넘게 지내면서 좋은 선수도 많이 길러냈지만, 반대로 실패도 많이 했거든요. ‘프로 경험도 없는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죠. 돌이켜보면 제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인데도 너무 고민하고 생각이 많았던 거 같아요. 스카우트를 하겠다고 결정한 순간부터는 뒤도 안 돌아보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스카우트와 지도자는 선수 보는 안목이 뛰어나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잖아요. 반면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요?
보는 안목은 똑같아도 그 안에 있는 과정은 완전히 다르죠. 스카우트는 팀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훗날 ‘이길 수 있는’ 선수를 데려와야 하고, 지도자는 ‘이기는’ 선수를 기용하는 차이점이 있죠. 쉽게 설명하자면 저희는 신선한 재료를 가져다주는 역할이고, 감독님이나 지도자는 그 재료로 최고의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인 셈이죠.
수많은 선수를 접했겠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나요?
팀에 훌륭한 선수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김혜성 선수요. 아마추어 때부터 지켜본 김혜성의 잠재력은 정말 높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도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선수가 분명하지만, 아직 최대치까지 안 올라왔어요. 한참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최근 해마다 대형 신인이 나타나면서 드래프트에 관한 팬들의 관심도도 높아졌어요. 때론 그에 따른 부담감도 있을 거 같아요.
부담감이 없으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부담을 느낄 시간에 뭐 하나라도 더 하고, 팀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으로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하는 거죠. 저희 팬들이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실 때도 많아요. 그럴 땐 하루에 4경기를 봐도 발걸음이 가벼워요. (웃음)
드래프트에서 키움 스카우트팀만의 노하우나 철학이 있다면요?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긴 하지만 큰 틀에서 말씀드릴게요. 구단에서는 각 선수의 확실한 장점을 파악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라는 게 최우선이고요. 제가 팀원들에게 부탁하는 건 무조건 먼저 보고, 멀리 보고, 냉정하게 판단하라는 거예요. 먼저 봐야 그 선수의 다른 장점도 보이고, 나중에는 확신으로 바뀔 수 있어요. 멀리 본다는 건 선수의 5년, 10년 뒤의 발전성을 보는 것을 뜻하고요. 마지막으로 아무리 좋은 선수가 많아도 뽑을 수 있는 인원은 한정적이니 항상 냉정함을 유지하며 관찰하라고 조언해요.
#팀을 위해
선수와 지도자를 거쳐 스카우트라는 직업까지 왔잖아요. 스카우트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희가 지명한 선수들이 한 해 한 해 모여 선의의 경쟁을 하잖아요. 그 경쟁 속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진짜 행복하고 안 먹어도 배부른 기분이죠. (결과물이라면 팀의 긍정적인 방향성을 말하는 거겠죠?) 맞아요. 앞서 말했듯이 나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닌, 모두가 팀이 이길 수 있게끔 힘쓴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스카우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희 업무가 단순하게 앉아서 야구 경기를 관전하고 우수한 선수를 뽑는 거 같지만, 업무량이 진짜 많아요. 계속 관찰하고 리포트 쓰고, 촬영하고 영상 편집하고, 다시 집에서 그날 게임 복기하고··· 정말 야구를 사랑하고 이 업무를 하고 싶다면, 막연하게 야구를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아마추어의 표본을 어떻게 프로에 접목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노력해보면 좋겠어요. 그런 노력이 뒤따르면 충분히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이 직업을 꿈꾸는 이들이 갖춰야 할 역량이나 소양은 뭐가 있을까요?
리더십이 있어야 해요. 저희는 팀원 모두가 리더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야 나중에 팀을 잘 이끌 수 있고 팀워크도 좋아지거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1호 여성 스카우트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성별로 나누려는 건 아니지만, 분명 여성분들이 더욱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지방 업무가 많다 보니 고충도 클 거 같아요.
날씨랑 이동 거리가 제일 힘들죠.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고생하고. 이동은 말할 것도 없고요. 1년에 많게는 4만km 이상을 주행하죠. 몇 년 전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대형 추돌 사고가 났는데, 그 사고가 나기 한 시간 전쯤 저도 눈길에 교통사고를 당했거든요.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해요. 진짜 가족 생각이 많이 났어요.
무더운 여름에는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 거 같은데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한창 바쁜 시즌 때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새벽에 퇴근해요. 하루에 5시간밖에 못 자서 평소에 체력을 관리할 틈이 딱히 없어요. 비시즌은 11월과 12월 두 달인데, 1년 동안 버틸 체력을 기르기엔 실질적으론 힘들죠. 그래서 저는 영양제를 매일 골고루 잘 먹고, 쉬는 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요. 제겐 이게 체력 관리에요. (웃음)
스카우트 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너무 많아서 어려운데요? (웃음) 아마야구 얘기는 많이 했으니까 외국인 선수 얘기를 해볼게요. 2018시즌 외국인 타자 마이클 초이스 선수의 성적이 안 좋아져서 구단에서 교체로 가닥을 잡았어요. 당시 외국인 선수 등록 가능 날짜가 며칠 안 남아있었어요. 시즌 중 교체는 곧 승부수를 띄우는 거라, 이름값 있는 선수를 무모하게 데려오기보단 현재 몸 상태와 컨디션이 좋은 자원을 뽑는 게 낫다고 판단했죠. 그 선수가 바로 제리 샌즈였어요. 직접 볼 수 있는 기간이 3일밖에 없었지만, 샌즈의 몸 상태를 확인하러 미국으로 바로 떠났죠. 문제는 첫 번째 날엔 결장하고, 두 번째 날은 1루 주루코치로 출전한 거예요. 경기에 뛰는 것보다 벤치에 있는 모습을 더 찍었던 거 같아요. (웃음) 결국 다음 날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선수라고 보고드리고 계약했죠. 결과론적으론 잘 데려왔지만, 샌즈가 한국에 와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직전까진 심장 터지는 줄 알았어요.
직업 만족도는 어떤가요?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고,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노력을 늦추지 않고 있고요. 또 출장을 많이 다니지만 와이프를 비롯한 가족들이 이해해줘서 고맙고 매우 만족합니다.
시즌이 끝났는데 한 해 동안 함께 고생한 팀원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서 한마디 부탁해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우리 팀원들에게 올 한해 고생 많았고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요. 보통 1년에 출장을 150일 이상 다니는데, 가장의 빈자리를 잘 메워주고 힘이 돼준 저희 아내와 이수범 스카우트의 아내께도 고맙다고 전하고 싶고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막내 강병운 스카우트도 빨리 장가를 가서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어요. (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과 KBO리그 팬분들께 인사하고 인터뷰를 마칠게요!
야구를 사랑하고 히어로즈를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 뭐라고 표현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감사합니다. 저희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서로를 이기려고 진짜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모든 팬분에게 전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드리기는 사실 어렵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때론 답답하고 조금 불만족스럽더라도 좋은 결과에 웃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40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40호 (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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