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유명한 한 구절이다.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 자신이 위치한 세계를 깨고, 파괴해야 한다. 그리고 타이거즈의 거포 유망주인 김석환 역시 자신의 알을 깨기 위해 분투하는 중이다. 데뷔 후 1군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2022시즌을 뒤로 하고, 자신을 지칭하는 ‘유망주’라는 수식어를 깨고 나오고자 한다. 어느덧 입단 7년 차가 되는 그.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힘찬 날갯짓을 준비하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Photo KIA Tigers Editor Mingyu Kim

#Come Back Home
얼마 전에 새해가 됐잖아요. 요새 근황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1월 3일 인터뷰)
시즌 끝나고 질롱 코리아에서 경기를 뛰다가, 얼마 전에 귀국했어요. 지금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포함해서 본격적으로 운동하고 있어요.
호주 리그에서 뛰다가 임파선염으로 의도치 않게 중도 귀국을 했어요. 지금 몸 상태는 좀 어때요?
지금은 완전히 괜찮아졌어요. 관절 같은 데를 다친 게 아니라서요. 귀국해서 10일 정도 쉬니까 회복이 잘 돼서, 그때부터 바로 운동을 시작했어요.
10경기밖에 뛰지 못했지만, 3연타석 홈런도 날리면서 굉장히 강렬한 활약을 펼쳤어요.
스스로 정말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하고 싶어요. 호주에 도착하기 전부터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걸 많이 해봤거든요. 본격적으로 올해 시즌을 준비하기 전에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겠다’라고 다짐했는데, 그 부분에서 성공적이었던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어요.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호주에서의 경험이 본인에게 좀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한 걸 봤는데, 가장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 부분은 뭐였나요?
무엇보다 다양한 유형의 투수를 상대해봤다는 점이 큰 도움이 됐어요. 그 과정에서 자신감도 꽤 얻었고요.
유튜브를 보니까 질롱 코리아 선수들끼리 잘 어우러져서 지내더라고요. KIA가 아닌 다른 팀에서 온 선수들과도 친해질 기회가 있었을 텐데, 호주에서 가장 친해진 선수는 누구인가요?
일단 LG 트윈스 송찬의가 있고, 또 키움에서 온 동생들, 친구들이랑 아주 친해졌어요. 박주홍 선수도 있고. 그런데 몇 명을 딱히 뽑기가 힘들 정도로 같이 호주에 갔던 모든 선수가 성격이 좋았어요. 웬만하면 다 친해졌던 기억이 나요.
중간에 혼자 돌아오게 됐을 때, 팀원들이랑 헤어지는 게 아쉬웠겠어요.
안 그래도 왜 먼저 가냐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런데 제가 그때 몸이 많이 안 좋아서… 얼굴도 막 하얘지고 그랬어요. 그래도 갈 때 저한테 조심히 가라고, 한국에서 보자고 말해 주더라고요.

#많은 것을 배웠던
작년 얘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데뷔 후에 1군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했던 시즌이었잖아요. 스스로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아쉬운 게 많은 시즌이었죠. 저를 믿고 야구를 더 자신 있게 해야 했는데, 저도 데뷔하고 나서 이렇게 많이 1군에서 경기를 뛰어본 게 처음이라 성적이 안 났을 때 막 조급해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런 게 시즌이 끝나고 보니까 후회스럽고, 아쉬움으로 남더라고요.
2022시즌 전에 감독님이 본인을 키플레이어로 뽑기도 했잖아요. 본인에게 기회가 올 거라는 게 예고가 된 상황이었는데, 시즌 전에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준비했나요?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지만, 그래도 경기에 많이 출장한 만큼 스스로 발전할 기회가 됐을 것 같아요.
제가 작년에는 아무래도 성공보다는 실패를 많이 했잖아요.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게 많았어요. 한 시즌을 치르면서 정신적으로든 기술적으로든 배우고 느낀 게 많아서, 그런 부분은 제가 실패를 겪었음에도 얻은 게 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군 경험이 늘어나면서 상대해본 투수들도 많아졌을 텐데, 특히 승부하기 까다로운 투수는 누구였나요?
그렇다면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투수 중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투수가 혹시 있을까요?
옛날부터 오승환 선배님 공을 한번 쳐보고 싶었어요. 작년에 1군에 오래 있었는데 아쉽게도 상대해볼 기회는 안 왔어요. 예전에 선배님이 공 던지시는 걸 봤을 때부터 언젠가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는데, 올해는 그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데뷔 후에는 주로 1루수로 나왔지만, 작년부터 외야수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두 포지션을 병행하기 시작한 건데, 그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딱히 어렵지는 않았어요. 프로 와서는 1루 수비를 훨씬 더 많이 했지만, 외야 수비는 언제 나가도 어색하지 않거든요. 물론 1루 수비를 프로에 들어와서 처음 해보고, 초반에는 어려운 부분이 조금 있긴 했어요. 하지만 계속 신경 써서 하다 보니까 요즘에는 어려운 느낌은 별로 안 들어요. 이제는 1루수로 나가든, 외야수로 나가든 편안하고 어색하지 않은 단계까지는 올라왔다고 느껴요. 또 어느 포지션으로 나가더라도 준비가 돼 있어야 하잖아요. 저도 수비 쪽에서 평소에 준비를 착실히 하다 보니까 이제는 어디에서도 자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다음 달이면 스프링캠프를 가잖아요. 올해 시즌을 위해서는 어떤 점을 준비할 생각인가요?

#재밌어 보여서
야구는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어렸을 때 부모님이랑 야구장을 자주 갔어요. 그 과정에서 야구가 재밌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마침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진학하게 됐어요. 그 후에 제가 2학년 때 운동장을 지나면서 야구부가 훈련하는 걸 봤는데, 너무 재밌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초등학교 감독님한테 가서 야구 해도 되냐고 물어봤고,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작했어요. (혼자서 직접 감독님께 가서 하고 싶다고 말했던 거예요?) 처음부터 저 혼자 갔던 건 아니고요. 야구장 밖에서 혼자 야구부 훈련하는 걸 보고 있으니까, 당시에 야구부 학부모님이셨던 분이 저보고 “야구 하고 싶어?”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재미있어 보인다고 말하니까 그분이 절 감독님한테 데려다주셨어요. (웃음) 그래서 그날 바로 테스트 보고, 야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큰 체구에서 나오는 파워가 장점으로 꼽히는데,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덩치가 큰 편이었나요?
아뇨. 키는 컸는데, 엄청 마른 느낌이었어요. 아마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도 그랬던 거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체중이 한 70kg 후반 그 정도밖에 안 나가고 지금처럼 덩치 있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지금 키가 180cm 후반이잖아요. 고등학생 때는 키가 어느 정도였어요?
키는 지금 그대로였어요. 그러다가 주번에서 몸이 너무 말랐다고 하셔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체중도 늘리고 몸의 힘도 키워보기로 했어요. 그때부터 트레이너님 소개도 받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죠. 그때부터 몸이 확실히 커졌던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도 많이 나가봐야 80kg대 초반 정도밖에 안 됐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마무리 캠프 가기 전까지 트레이너님이랑 웨이트 트레이닝만 하다 보니까 점점 몸이 커지는 게 보이더라고요. 체중도 재봤는데, 한 10kg 정도 체중이 올랐더라고요. 주변에서는 “원래 클 때가 돼서 큰 거다”라고 했는데, 제 생각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던 게 진짜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비시즌에는 그 트레이너님이랑 계속해서 같이 운동하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광주에서 계속 자랐고, 학교도 광주에서 나왔어요. 그리고 프로 생활도 본인의 연고팀인 KIA에서 시작했는데, 처음에 지명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광주에서 계속 살았고, 저도 KIA를 좋아하면서 야구를 했어요. 근데 KIA에서 저를 뽑아주셨을 때는 너무 감사하고 좋았죠. 그리고 순번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불러주셨거든요. (2017년 2차 3라운드 지명) 그 정도는 예상도 안 하고 있었고, 일단 지명만 받자고 생각했는데, 엄청 빠른 순번에서 불러주셔서 그때 진짜 감사했죠.
지명 당시 팀 선배인 양현종과 인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동성중 재학 시절부터 인연이 이어졌다고 하던데요.
제가 원래 투수를 했었거든요. 초등학교 때부터 투수랑 타자를 병행했는데, 동성중 다닐 때 선배님이 비시즌에 학교로 운동을 하러 오셨어요. 그때 제가 공 던지는 거 보시고 ‘나랑 비슷하게 던지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저를 많이 챙겨주셨죠. 그 후로 제가 고등학생 때도 비시즌마다 피칭하는 것도 도와주시고, 그렇게 계속해서 인연이 있었죠. 지명받고도 개인적으로 연락해주시기도 했고요.
부상 때문에 지금은 투수를 그만뒀는데, 현종 선배가 혹시 아쉬워하지는 않았나요?
신인 때부터 “석환아 그냥 다시 투수해볼 생각 없냐?”라고 장난처럼 말하곤 하세요. (웃음) 요즘도 가끔 장난으로 투수 형들한테 “석환이가 고등학교 때 공 던지는 거 너네가 봤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하시고. 그렇게 옛날에 제가 투수했을 때 얘기를 장난으로 종종 해주시죠. (아쉬움이 그래도 조금 남긴 했나 보네요.) 그렇죠. 저도 그때의 아쉬움이 살짝 남아 있고 하니까요.
의미가 컸죠. 일단 현종 선배님 시즌 첫 승이었잖아요. 또 현종 선배님이 선발로 나오면 제가 옛날처럼 투수가 아니라 야수로 시합을 뛰어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선배님한테 말한 적이 있었거든요. 물론 경기 중간에는 경기 자체에 집중해야 하니까 그걸 의식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그 경기 전까지 제가 성적이 많이 안 좋았다가 결정적일 때 큰 거 하나 치니까, ‘드디어 쳤다’ 이 생각밖에 안 났던 것 같아요. 그 생각이 가장 컸어요.
앞으로도 야구를 할 날이 많이 남았지만, 야구를 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을까요?
작년 개막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프로에 들어오고 나서 그 직전 시즌에 경기를 뛰어보긴 했지만, 개막전부터 엔트리에 들어가서 선발로 나간다는 게 느낌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그날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으로 뽑고 싶어요.

#너의 MBTI는
MBTI가 ENTJ나 ESTP 두 개가 번갈아 나온다고 들었는데, 요새도 변함은 없나요?
요새 검사를 안 해봐서… (웃음) 그런데 한창 검사했을 때 그 두 개가 돌아가면서 나오긴 했어요. 최근에는 검사해본 기억은 없어요.
작년 4월에 갸티비에서 김도영이랑 같이 모바일 야구 게임을 즐기는 콘텐츠를 찍었잖아요. 그때 5대2로 이겼는데, 평소에 야구 게임에 소질이 있는 편인지 궁금해요.
옛날에 종종 하다 보니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아예 안 하던 건 아니니깐요. 그냥 가끔 심심하면 한 번씩 하거든요. (요새도 종종 해요?) 최근에는 그냥 옛날에 하던 게임 종종 하곤 했어요. 마구마구 같은 거. 그런데 요새는 거의 안 하고 있어요.
영상 속에서 김도영이랑 티격태격하면서도 친해 보였는데, 평소에 김도영은 어떤 후배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도영이도 학교 후배인데, 솔직히 도영이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제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 도영이가 중학교 1학년이었으니까 아예 만날 기회가 없었어요. 프로 들어와서 처음 만나고 이야기해보는 후배인데, 되게 밝고 개구쟁이인 아이 같아요. 평소에 장난도 많이 치고요.
휴식일에는 넷플릭스에서 영화 많이 본다고 하던데, 혹시 어떤 영화를 주로 좋아해요?
약간 추리극스러운 걸 좋아하는데, 사실 웬만한 영화는 다 좋아해요. 로맨스는 잘 안 보긴 하는데, 그냥 제가 딱 봤을 때 재밌겠다고 느낌이 오면 바로 봐요. (느낌이 와서 고르면 보통 성공률이 높은 편인가요?) 대부분은 다 만족하면서 보는 편이에요.
최근에 봤던 작품 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거 하나만 뽑아볼까요?
‘천 원짜리 변호사’요. 진짜 재미있게 봤거든요. 또 제가 남궁민 배우님 연기를 좋아해서 그 배우님이 나오는 작품은 다 챙겨봐요.

#지금과 미래
내년 이 시점이 됐을 때, 올해가 어떻게 기억이 됐으면 좋겠어요?
올 시즌이 끝나고 저 스스로를 봤을 때, 그래도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제가 자신 있게 하고 싶은 걸 원 없이 했다는 생각이 들게끔 올해를 보내고 싶어요.
이번 인터뷰 코너 이름이 ‘더그아웃 퓨처스’입니다. 김석환이 그리는 본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요.
너무 먼 미래까지 그리기는 어렵네요. 그래도 일단 올해 정도만 생각해봤을 때, 제가 정말로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해요. 주위에서 저를 봤을 때도 작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는 인상을 주는 한 해가 되고 싶죠.
그렇다면 김석환에게 KIA 타이거즈는 어떤 의미인가요?
KIA 타이거즈는… (고민) 지금의 김석환을 있게 해준 구단이다!

▲ 더그아웃 매거진 142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42호 (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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