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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스의 6전 7기, 정해천과 심용호의 집념이 만든 짜릿한 역전 우승!
마침내 2019년 생활야구를 결산하는 왕중왕전의 최강자가 가려 졌다. 사회인야구 포털 사이트 게임원은 올 시즌 메이저 대회에서 입상 경험이 있는 절대 강자만을 초청한 진정한 최강자전이라고 할 수 있는 벽산 하츠 인비테이셔널 전국 사회인야구 왕중왕전을 기획했다. 그리고 2019년 각종 대회마다 우승 타이틀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며 대세 팀으로 등극한 루디 타이거즈와 유독 따르지 않은 승운으로 우승의 문턱마다 무너졌던 비운의 팀 에이포스는 결승전의 무대를 고척스카이돔에서 kt위즈 파크로 장소를 옮겼을 뿐 신한 SOL 야구 대회의 리턴매치를 완성했다. 에이포스가 자랑하는 134Km/h를 뿌리는 파이어볼러 정해천과 밥 먹듯이 승리를 챙긴 129승 시즌 최다승에 빛나는 루디 이형윤의 마운드 대결은 다시 한번 뜨거운 가을야구를 예고했다. 과연 2019년 상대 전적 6전 전패(추첨패 포함)를 당한 에이포스가 이번에는 천적 루디를 넘어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 빅매치였다.
시작부터 거침없는 전력투구, 구속을 끌어올린 정해천의 삼진쇼
제3회 벽산 하츠 인비테이셔널 전국 사회인야구 왕중전은 에이포스의 선발 정해천의 힘찬 피칭으로 플레이볼을 알린다. 전국구 에이스인 에이포스의 정해천은 루디를 만나면 유독 힘을 쓰지 못했던 과거의 모습에 염두에 두고 마운드에 오른 듯 시작부터 거침없는 강속구를 뿌려댄다.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체력 비축이나 완급조절은 생각하지 않고 일구 일구에 힘을 실어 1회부터 예열 없이 스피드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루디가 자랑하는 최강의 테이블세터인 이성민과 임희철을 상대로 주무기인 바깥쪽 슬라이더와 몸 쪽 패스트볼이 절묘하게 양 코너의 보더라인을 걸치면서 상대의 방망이를 춤추게 한 연속 삼진은 오늘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마음가짐마저 느껴졌다. 루디의 타자들도 예상보다 더 힘 있는 공에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물러났고 이 경기의 확실한 기선제압은 에이포스의 차지였다.
최고 구속 134km/h까지 스피드를 끌어올려 1회를 가볍게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정해천의 뛰어난 피칭에 에이포스의 타자들이 화답한다. 1회말 에이포스는 전현중이 상대의 실책으로 출루했고 빠른 발로 2루에 안착, 류재영의 좌전 적시타로 정말 빠른 타이밍에 선취득점을 만들어 냈다. 박빙의 승부와 피 말리는 투수전이 예상되었던 왕중왕전 마지막 승부의 중압감 때문인지 선취 실점을 허용한 루디의 선수들도 평상시와는 조금 다르게 상기된 모습으로 몸놀림이 다소 무거웠다. 선발투수 오석남이 던진 공이 미트를 크게 벗어났고 발 빠른 류재영이 단숨에 3루까지 질주하면서 다시 한번 강한 압박을 당한 상황. 비록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심용호의 1루쪽의 평범한 파울플라이를 놓친 루디 프로젝트는 확실히 수비에서의 평정심을 잃고 있었다. 기사회생으로 살아난 심용호는 중견수 쪽으로 희생 플라이를 쏘아 올려 두 번째 득점에 기여하면서 경기 초반의 흐름은 에이포스쪽에서 주도권을 잡아 나갔고 일단 선발 맞대결은 정해천의 압승이 분명했다.
서서히 감을 잡아가는 루디 프로젝트의 반격, 야잘잘 고재익
첫 번째 공격 기회를 무기력하게 물러난 루디가 분위기 반전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야잘잘 고재익의 힘이 컸다. 4번 타자 고재익은 최고의 컨디션을 보인 정해천의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쳐 우중간의 3루타를 뽑아내면서 득점 찬스를 잡았고 이정운의 우전안타때 홈을 밟았다. 실점 이후 곧바로 추격의 점수를 만드는 결정력은 왜 루디가 강력한 후승 후보인지 강자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장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배훈과 이정운이 더블스틸을 노렸지만 비디오 판독까지 가는 초접전 상황을 에이포스가 필사적으로 저지하면서 결승전 다운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경기 초반 양 팀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강렬한 눈빛은 왕중왕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엄청난 집중력이 느껴졌다.
이후 양 팀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정해천-오석남의 마운드는 추가 실점 없이 경기 중반부를 한점 차의 살얼음판 승부로 이어나간다. 3회 세타자 연속 삼진으로 절정의 피칭을 이어간 정해천이 뛰어난 구위로 루디의 공격을 원천 봉쇄했다면 큰 키를 이용한 좌완 오석남은 2회 내야안타로 출루한 김두호를 견제사로 잡아냈고 3회에는 3루를 노리던 류재영의 도루 시도를 저지하면서 베테랑다운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이닝을 지우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잠잠했던 경기의 흐름이 급물살은 탄 것은 4회말 에이포스의 공격부터 새로운 스토리의 전개를 알리는 전환점이 시작된다.
럭키가이 이형윤의 등장, 마침내 폭발한 루디의 불방망이 타선
힘의 균형을 깨고 먼저 달아날 수 있었던 찬스는 에이포스가 잡았다. 4회 박진성의 중전안타로 기회를 잡은 에이포스는 김두호가 우중간의 2루타를 날리면서 도망갈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체 없이 3루를 돌아 홈을 파고든 1루주자의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가 오히려 독이 된다. 루디의 정확한 중계 플레이로 완벽한 아웃 타이밍이었지만 이 공을 흘린 배훈은 믿기 힘든 반사 신경으로 홈플레이트 위에서 공을 다시 주워들었고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태그아웃 처리가 된다. 무사라는 아웃카운트를 생각했을 때 3루에서 멈춤 지시가 필요했다는 아쉬움 속에 곧바로 에이포스의 벤치에서 비디오 판독이 요청되었지만 최초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에이포스는 결정적인 득점이 봉쇄된 상황, 하지만 다시 힘을 낸 9번 타자 김응수의 중전 적시타로 막혀있던 혈을 뚫은 에이포스는 적시타 한 방이면 사실상 우승 타이틀을 가져올 수 있는 1사 2,3루의 결정적인 기회가 상위타선으로 연결된다. 믿었던 리드오프 전현중이 높은 공에 배트를 내미는 욕심속에 포수 파울플라이로 싱겁게 물러났고 승부처에 럭키가이 이형윤을 꺼내 든 루디 타이거즈는 류재영을 풀카운트 접전 끝에 삼진 처리하면서 대량 실점이 될뻔한 위기를 최소 실점으로 넘어서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결승 승부의 대반전을 예고한다.
위기 뒤에 찬스! 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형윤의 호투로 결정적인 위기를 넘어선 루디 프로젝트의 승리 방정식이 재가동된다. 시즌 129승을 기록 중인 철완 이형윤이 마운드에 오르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침묵하고 있던 루디의 강타선이 불을 뿜기 시작한다. 1회부터 거침없는 강속구를 뿌리던 정해천의 투구수가 많아지면서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타이밍과 루디의 승부수는 절묘하게 일치했다. 직전 이닝까지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우측 방면의 안타 2개로 꽁꽁 막혀있는 루디는 5회초 처음으로 날카로운 타구가 좌중간 외야 깊숙한 쪽으로 날아갔고 선두타자 배훈이 3루타를 완성시키면서 공격의 첨병 역할을 수행한다. 임정영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따라붙은 루디는 김광수의 우익선상의 3루타와 이성민의 동점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스코어 3대3으로 리셋된 경기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되었지만 솔직한 느낌상으로 에이포스가 루디의 상승세를 막아내는 일은 쉽지 않게 느껴질 만큼 게임의 분위기는 상대 전적 7연승을 노리는 루디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한번 잡은 찬스를 놓치지 않는 루디의 집중력은 실로 무서웠다. 전 타석까지 삼진 2개로 부진했던 임희철이 중월 3루타로 승부를 뒤집었고 고의사구로 고재익과의 승부를 피한 정해천을 상대로 5번 박동석이 중전 적시타를 날리며 2점을 더 달아난 루디의 덕아웃은 축제의 분위기였다. 팀타선의 도움을 받아 130번째 승리를 챙기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행운의 사나이 이형윤의 아우라가 다시 한번 크게 느껴진 상황에서 아웃카운트 3개를 남긴 에이포스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이 시작된다.
오늘은 내가 주인공, 연장 혈투를 끝낸 심용호의 결승타
너무나 중요한 첫 타자 심용호가 힘없이 삼진으로 물러서며 예상된 시나리오대로 진행될 것 같던 경기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뚝심의 사나이 김두호의 적시타로 미궁 속에 빠져든다. 1사이후지만 한성연과 윤태영이 연속안타로 출루하며 희망의 불씨를 지폈고 에이포스가 대주자 강우석을 투입하면서 동점 주자를 루상에 위치시킨다. 시간제한으로 새로운 이닝에 돌입할 수 없었던 마지막 순간 2아웃에서 터진 김두호의 극적인 동점 적시타는 이미 체력이 다 한 정해천의 어깨에 다시 한 번 힘을 불어 넣는 스팀팩으로 작용한다. 너무나 극적인 순간에 승부를 원점으로 만든 에이포스는 한번 더 주어진 기회를 살리기 위해 힘을 냈고 정해천은 삼진 3개를 뽑아내며 마지막 힘을 마운드 위에서 모두 짜냈다.
이에 질세라 루디 프로젝트의 이형윤은 김응수와 전현중을 범타로 돌려세우면서 강한 저항을 했지만 류재영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역전 주자를 루상에 허용한다. 직전 타석에서 힘없이 물러섰던 심용호는 작심을 한 듯 날카로운 파울타구를 만들어 냈고 오버지 타란튤라의 스윗스팟에 제대로 걸린 타구는 좌익수가 어찌할 수 없는 끝내기 안타로 기록된다. 이미 6번의 승부에서 무릎을 꿇었고 7번째 승부에서도 넘어지고 쓰러지던 에이포스의 집념이 만든 명승부였다. 2019년을 빛 낸 절대 강자들을 초청해 만들어진 벽산 하츠배 전국 사회인인야구 왕중왕전 대회 마지막 날 심적인 부담감을 모두 떨어내고 가장 크게 웃을 수 있었던 주인공은 에이포스의 유격수 심용호의 차지였다.
넘어질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난 에이포스가 마침내 루디라는 큰 그늘을 벗어나 활짝 웃으며
2019 벽산 하츠 인비테이셔널 챔피언십의 가장 높은 곳이 올랐다. 비록 여섯 번의 좌절을 맛봤지만
어제의 결과는 잠시 잊고 마지막 순간 더 크게 웃을 수 있는 것이 생활야구가 가진 진짜 묘미가 아닐까?
글 : 서준원 / 수연아빠의 야구장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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