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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지금 일본열도는 고교야구 축제가 진행중 이슈&대세

GM수연아빠 (july***)
2017.08.17 00:05
  • 조회 6075
  • 하이파이브 12

뜨거운 야구의 계절​, 야구소년들의 99번째 축제! 고시엔 야구대회

 그라운드를 녹아내릴 듯 내리쬐던 폭염은 입추가 지나면서 거짓말같이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어느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한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8월의 중순, 뜨거운 계절이 서서히 안녕을 고하고 있지만 바야흐로 옆나라 일본열도는 용광로보다 더 뜨거운 고교야구의 계절이 현재 진행형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야구소년들의 축제이자 "청춘"을 상징하는 전통의 고시엔 대회만큼은 몰래 훔쳐오고 싶을만큼의 부럽고도 질투나는 대상이다. 올해로 99회째를 맞이하는 전일본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이름하여 여름의 고시엔의 뜨거운 열기속으로 잠시나마 빠져 들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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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무대 출전을 향한 4,000 : 49의 어마무시한 경쟁률

 우리가 우리가 흔히 고시엔(혹은 갑자원)이라고 부르는 야구대회는 일본 오사카 근교의 니시노미야에 위치한 일본 프로야구 한신타이거즈의 홈구장인 고시엔 구장에서 봄과 여름에 두번 개최가 된다. 마이니치 신문사의 주최하에 3월에 열리는 봄 고시엔 대회의 경우 별도의 지역예선대회를 거치지 않고 추계대회의 우수한 성적을 보인 팀들과 타의 모범이 되는 "21세기 전형"을 통해 추천을 받은 32개 학교가 실력을 겨루게 된다. 아무래도 지역예선을 통해 가려진 최고 실력을 가진 고교야구팀들이 진검승부로 자웅을 겨루기 보다는 지역적인 안배와 여름 고시엔을 앞 둔 전초전 성격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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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아사히 신문의 주최로 오사카 지역의 습하고 무더운 살인적인 8월의 폭염속에 펼쳐지는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여름의 고시엔이야말로 일본 전역에 분포된 4천여개의 고교야구팀이 사활을 걸고 단 49개팀에게만 허락된 고시엔의 본선무대를 향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지역예선전부터 단 한번의 패배만으로도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단기전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붙는 지옥의 갑자원대회의 일정을 차례로 소화해내야 한다. 더욱이 봄 고시엔과는 달리 여름 고시엔은 단순한 야구대회이기 이전에 졸업을 앞 둔 고교 3학년 선수들이 이제 학창시절이 끝나고 사회로 첫 발을 내딛어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상징과도 같은 마지막 야구대회이기 때문에 일본의 야구인들은 여름의 고시엔에 이토록 열광하며 "여름이 끝나간다"라는 표현으로 가슴 뜨거웠던 청춘의 기억을 대신하여 때로는 세상을 모두 얻은 듯한 환호와 나라를 잃은듯 한 깊은 슬픔에 잠긴 흙투성이 유니폼을 입은 고등학생들의 그깟 공놀이에 이토록 몰입하는 것이다.


연간 80만명의 찾아오는 고시엔 대회의 경제효과는 무려 350억엔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프로직업선수들의 화려하고 완성된 플레이에 열광하고 성장과정보다는 결과를 우선시하며 전통보다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의식으로 인해 국내 고교야구의 인기가 급격하게 시들어 버린 것과는 대조적으로 아직은 서툴고 변수가 많은 고교야구 선수들의 풋풋한 플레이를 가슴으로 이해하고 전통을 매우 중요시하는 일본의 고시엔 야구대회는 일본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대회이다. 약 47,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고시엔구장은 대회개막과 동시에 매경기 만원에 가까운 구름관중이 몰려들고 공영방송사인 NHK가 대회기간중 모든 경기를 생중계 하는데 TV시청률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일본에서 여름 고시엔 대회가 갖는 위상은 상상이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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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여름 고시엔 대회가 유발하는 경제적 효과가 351억엔(한화로 3천6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고시엔을 직관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은 관람객 84만명의 기준으로 교통비와 숙박비, 음식비, 입장료 등을 산정한 결과 직접적인 소비액은 160억엔, 여기에 TV중계권, 광고시장, 스포츠잡지 판매 증가분과 스포츠 관련 산업 매출 증과, 고용 창출, 지역 소비증대 등을 더해 계산된 액수로 단 2주간에 치러지는 대회일정을 감안할 때 고시엔 대회는 일본내에서 실로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야구는 청춘의 드라마, 이변의 연속 토너먼트 대회의 묘미


 제99회 고시엔 야구대회에서도 여지없이 숱한 화제와 각본없는 드라마같은 명승부를 연출하며 일본 고교야구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출전팀이 모두 1회전을 마친 가운데 일찌감치 4강전력으로 손꼽히던 마쓰자카 다이스케의 모교 요코하마와 3연속 고시엔 베스트4에 오른 아구명문고 슈가쿠칸이 1회전부터 빅매치를 형성한 가운데 지난해 우승팀인 사쿠신고교는 이렇다 할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1회전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고 짐을 싸야만 했다. 2010년 봄, 여름 고시엔을 동반 우승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류큐왕국의 자존심을 지킨 오키나와 대표 강호 코난고교 역시 경기초반 6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치벤와카야마에게 역전패를 당하며 49개팀들 중 결코 만만한 상대는 단 한 팀도 없다는 고시엔 대회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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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올 여름은 타고투저 현상이 눈에 띈다. 야구의 꽃이라는 홈런은 대회 7일차까지 총 26경기에서 무려 37개의 홈런포가 터져나왔다. 2006년 제88회 대회때 수립된 대회 사상 최다인 60 홈런보다 빠른 페이스이다. 텐리고교의 진노, 고베 국제대부속고 타니구치, 아오모리야마다의 나카자와 등 3명의 타자가 연일 연타석 홈런포를 기록하는 등 1경기 평균 1.42개로 대회 일정으로 환산할 경우 68개가 넘는 홈런이 예상될 만큼 타자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또한 타순에 관계없이 홈런이 터지고 있다는 점 역시 일발장타로 경기의 흐름이 단숨에 바꾸어 버릴 수 있는 알로이 배트를 사용하는 고교야구의 묘미를 그대로 느끼게 한다. 3번 타자가 11개로 가장 많은 홈런수를 기록중이지만 6번타순에서 7개, 4번과 7번 타순에서도 5개를 쳐내고 있고 하위타선인 8,9번에서 거침없는 풀스윙에 의한 뜬금포 역시 고교야구의 승부를 즐기는 즐거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여름대회는 작년에 비하면 드래프트 상위 클래스의 투수가 대거 포진하고 있던 초고교급 에이스 투수가 적어진 것도 타고투저의 영향이지만 일본야구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점수를 내지 못하면 이길수 없다는 전제조건속에 스몰볼이 아닌 빅볼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변화가 느껴진다. 내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고교야구대회에서 금속 배트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유력한 상황에서 호쾌한 장타력을 가진 고교생 홈런타자의 등장이야말로 고교야구의 흥행은 물론 유소년 야구의 붐 조성과 나아가 전반적인 프로야구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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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위기의 일본야구


 이처럼 광기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는 고시엔대회를 가지고 있는 일본 고교야구에도 서서히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2017년 고시엔 야구대회 지방 예선에 참가한 학교 수는 정확하게 3,839개로 작년보다 35개 줄어든 수치로 최대 4,200개를 넘어 17만명에 육박하던 일본 고교야구부의 신입생이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감소패턴을 보이며 고교야구연맹의 전체 등록 인원은 16.1만명선으로 크게 줄어들었으며 이는 전년대비 4%정도 감소한 추세라고 한다. 최근 들어 불거진 성적지상주의 엘리트야구를 추구하는 야구 명문 PL학원에서 벌어진 학생들간의 집단괴롭힘과 선수들의 폭력사태에도 영향이 없자 얺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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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축구부원은 16.9천명으로 5년전에 비해 10%이상 늘어났으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축구부원의 숫자가 고교 야구부원수를 앞지르게 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다. 이는 중학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내에서 구기종목중 절대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야구부원의 숫자는 지난 5년간 무려 30%가 감소하며 이미 축구의 인기에 밀려 멀찌감치 추월당한 상태에서 농구와 탁구에도 위협을 받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축구나 농구에 비해 개인장비구입 비용이 많이 들어 초기 진입장벽이 높은 야구의 종목 특성과 케이블방송 위주의 중계시스템이 정착하면서 공중파 TV중계가 줄어 들어 어린 학생들이 야구스타를 동경하거나 프로야구경기 관람에 노출될 확률이 적어지고 단체운동을 기피하는 개인적인 성향의 사회풍조와 스마트폰으로 인한 모바일게임 환경이 조성된 것도 중고교 야구부원이 이탈현상을 가속화시킨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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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시당초 엘리트 체육으로 출발한 우리나라의 고교야구는 생활체육과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일본에서 벌어지는 사회현상은 우리나라의 생활 전반에 걸쳐 깊은 연관성과 선행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일본 야구를 지탱하는 힘의 근간인 고교야구의 인기하락과 프로야구의 관중수가 시들해지는 모습이 한국야구의 미래와 크게 다르지 않는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미래의 주인공이자 생활야구를 이끌어 갈 주인공인 어린 학생들과 다음 세대의 야구소년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일본 야구관계자들과 용품업계의 필사적인 노력이 우리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이유이다. 고시엔대회를 유심히 지켜보고 관찰하면 한국 야구가 미래에 마주 할 지도 모르는 숙제와 해법을 함께 엿볼 수 있는 힌트를 얻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글 : 서준원 / 수연아빠의 야구장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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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등급 윤덕수
    • 2017.08.17 12:46
    • 답글

    4,000개팀 정말 대단 하고 부럽네요~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19 07:02
    • 답글

    윤덕수님, 뿌리가 깊은 나무죠...고교야구의 인기는 정말 많이 부럽네요

    • 등급 기봉이
    • 2017.08.19 08:31
    • 답글

    우리나라는~~
    지도자들부터 바뀌어야합니다,
    수준미달,자격미달. 지도자들이
    문제입니다,
    자기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하고
    야구발전에는 전혀 관심밖이죠~~
    어린학생들을 볼모로 자기목숨지키기
    위해 성적위주의 야구를 하다보니~~
    프로입단하면 어깨,팔꿈치 수술하고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1 19:51
    • 답글

    기봉이님, 씁쓸하지만 다 사실이네요...실력보다는 겉멋든 고교선수들까지 ㅜ.ㅠ

    • 등급 a2***
    • 2017.08.20 01:27
    • 답글

    • 등급 쭈욱닷컴
    • 2017.08.21 17:47
    • 답글

    이번 이슈앤대세는 스케일이 크네요 ^^*
    저출산도 문제인 한국의 야구!
    미래도 함께 걱정해 봅니다 

    • 등급 GM수연아빠
    • 2017.08.21 19:45
    • 답글

    쭈욱닷컴 님, 저출산과 스마트폰
    아마도 실버야구를 활성화시키는게 그나마 현실적으로 보이네요 ㅜ.ㅠ 이대로 가면 큰 위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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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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